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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 때리기’제동 건 캐머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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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를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를 거듭해서 강력히 비판하자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영국 총리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영국 최대 기업인 BP가 잘못되면 영국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영국에서는 오바마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의식해 BP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캐머런은 이날 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으로 하여금 BP 최고경영자(CEO)인 토니 헤이워드에게 전화를 걸도록 했다는 것이다. 오스본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건과 관련, 우리가 건설적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총리는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캐머런의 반응은 지난 8일 오바마의 BP 비난 발언 이후 나온 것이다. 오바마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헤이워드가 내 직원이었다면 멕시코만 원유 유출과 관련한 발언에 대해 책임을 물어 해고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영국 금융계는 그동안 캐머런을 향해 오바마의 ‘BP 때리기’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해 왔다.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은 10일 “BP 주식을 대량 보유한 영국 연금들이 주가에 목을 매는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의 ‘BP 때리기’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보험사인 로열&선얼라이언스 회장인 존 내피어는 “영국에서는 ‘BP가 영국 회사이기 때문에 오바마가 공격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가 BP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난은 멕시코만의 현실이나 우리의 발언을 고려해 봤을 때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만 원유 유출량이 지난달 27일 추정치(하루 최대 1만9000배럴)의 두 배를 웃돈다는 미 정부 조사팀의 보고가 이날 나왔다. 조사팀은 원유의 하루 유출량이 최대 4만 배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BP가 원유 유출 차단 장치를 통해 하루 1만5000배럴을 회수하더라도 2만5000배럴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백악관은 BP가 멕시코만 원유 유출에 따른 각종 처리 비용뿐 아니라 원유 유출로 일손을 놓은 주민들의 임금까지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보고서에서 “BP는 방제 비용으로 230억 달러, 관광·수산업계 등에 대한 배상금으로 14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P는 10일까지 나간 사고 처리 비용을 약 14억3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BP 주가는 지난 4월 20일 멕시코만 유정 폭발 사고 이후 절반 가까이 하락하며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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