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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이슈] 간첩 식별 요령도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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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간첩 식별 요령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20세기 아날로그식 식별법에서 21세기 하이테크 디지털 식별법으로 바뀌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2002년 배포한 만화 '정원이의 숨은 간첩잡기'. 간첩이 PC방을 주무대로 활동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장면이다.

그동안 국정원 등 관계당국이 설명해온 간첩 식별 요령을 보면 예전엔 ▶산에서 이슬이나 흙을 묻히고 내려온 사람▶담뱃값을 잘 모르는 사람▶괜히 주위를 살피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 등을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전통적인 구분법이다.

특히 ▶그믐 등 달빛이 없는 야간에 바닷가에서 배회하는 사람▶젖은 옷 또는 스쿠버 다이버 차림으로 해안에 상륙하는 사람▶야간에 해안가에서 바다를 향해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내거나 돌을 부딪쳐 신호음을 내는 사람 등 해안과 연관된 게 유독 많았다. 간첩의 침투경로가 해안가에 집중됐던 시절의 얘기다.

하지만 요즘은 ▶수시로 PC방을 바꿔가면서 외국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숫자나 특수문자로 구성된 문서를 전송하는 사람▶고속철(KTX) 등 새로운 운송수단 이용을 무척 꺼리는 사람 등이 간첩 후보 1순위로 올라 있다. ▶담뱃값은 잘 아는데 버스카드나 신용카드 사용엔 서투르거나 아예 이용을 안 하려는 사람▶김일성 부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 캐릭터를 인터넷 공개 사이트에 수시로 올리는 사람 등도 일단 의심해 봐야 하는 대상에 꼽힌다.

관계당국이 이 같은 식별 요령을 국민에게 알리는 방법도 바뀌고 있다. 예전엔 각급 학교에 전단지를 대량 배포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게시판에 포스터나 장문의 안내문을 붙여놓는 방식이 주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주된 홍보 무대다.

국정원은 자체 홈페이지(www.nis.go.kr) 초기화면에 사진과 만화를 곁들인 간첩 식별 요령을 자세히 올려놓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도 수시로 글을 올려 '간첩'이란 개념이 생소한 젊은층의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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