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만능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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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대학생 안대근(21·서강대 신문방송학2)씨는 요즘 휴대폰 없는 하루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겨울방학 동안 그는 학교에 가지 않고도 학교 도서관을 이용했다. 지난해 8월부터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라이브러리(mobile.sogang.ac.kr)' 서비스 덕분에 휴대폰으로 도서관 소장자료를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빌리고 싶은 책이 학교 도서관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도서대출 가능여부 확인과 대출 예약은 물론, 해당 책이 어느 서가에 있는지까지도 휴대폰으로 체크할 수 있다.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계좌조회 등 은행업무를 보는 건 기본이다. 안씨는 휴대폰으로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도 뽑아 먹는다. 학교 근처인 신촌 연세로에선 자판기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면 자판기에 불이 들어와 음료수를 뽑을 수 있으며 대금은 휴대폰 요금과 함께 청구된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휴대폰 가입자는 2천9백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두사람당 한대꼴이 넘는다. 휴대폰 가입자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용도도 다양해졌다.

특히 10,20대들에게 휴대폰은 "두드리면 뭐든지 나오는 도깨비방망이"(SK텔레콤 관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 기기를 다루는데 익숙한 사람을 일컫는 '모티즌'(모바일과 네티즌의 합성어)이란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모티즌 윤혜린(19·배재대 관광정보학1)양은 지난 1월 중순 장학금 신청을 하면서 휴대폰으로 지난 학기 성적을 확인했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윤양은 학교나 PC방에 가지 않고도 학교가 지난해 11월 구축한 '모바일 배재( http://m.pcu.ac.kr)'시스템을 이용, 휴대폰으로 성적을 조회할 수 있었다.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면 수강신청·성적조회를 비롯해 증명서 발급신청, 하숙·자취정보 검색, 메일 읽기·쓰기, 취업정보 검색 등 종합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윤양은 말했다.

이현경(21·여·경희대 언론정보학부3)씨는 최근 휴대폰 창의 사진을 바꾸는 취미가 생겼다. 사진을 스캔해 이동통신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뒤 휴대폰으로 이 사이트에 접속, 사진을 내려받는 것이다. 요즘엔 친구들끼리 종이사진이 아닌 휴대폰 사진을 주고 받는 게 유행이다. 또 '친구찾기'서비스로 친구의 위치를 확인, 강의실로 찾아가 만나기도 한다.

10,20대를 중심으로 모티즌이 늘어나면서 정부 기관들도 휴대폰을 통한 대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기상청은 집중 호우나 많은 눈이 예상될 때 등산 등으로 그 지역에 체류 중인 사람이 대비할 수 있도록 휴대폰 기상경보 문자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는 납세자에게 납기 마감일을 사전에 휴대폰으로 통보, 연체로 인한 가산세의 불이익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분석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1인당 월평균 휴대폰 사용요금이 1999년 3만7천원에서 지난해 4만2천9백원으로 급증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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