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위원장 도전 실패후 반대파'비리 공세'로 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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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 스포츠계의 거목 김운용(71)회장도 결국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만 것일까.

그의 아성이 처음으로 빈틈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이다.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편파 판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30년 장기집권의 김회장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 7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아시아인으로선 최초로 IOC 위원장에 도전했던 김회장은 패배의 쓰라림을 안고 귀국해야 했다.

대외적인 명성에 금이 가자 숨죽이고 있던 국내 반대파 세력은 파상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범태권도 바로세우기 운동연합'은 김회장 퇴진을 강력히 요청했고 10월 대한태권도협회 이사회장에선 새까만 후배들에게 수모를 겪었다. 김회장은 11월 15일 대한태권도협회장과 국기원장직을 내놓았다.

올 초 검찰이 태권도협회의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며 김회장의 아들까지 수사대상에 거론됐다. 검찰 주변에선 "김회장 본인도 수사를 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졌다. 여기에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김회장이 발표한 성명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김회장은 28일 사퇴 표명 후 "언론이 나가라고 해서 나간다"며 매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러나 전날까지도 김회장은 사퇴할 의사가 없었다. 이날 전격적으로 대한체육회장과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사퇴를 발표한 것은 정치적인 압력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 정권 실세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여론을 등에 업은 정치권이 김회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완전히 손을 끊은 김회장은 이제 IOC 위원과 국제경기연맹 총연합회(GAISF) 회장, 그리고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로서 국제 스포츠계에서만 활동할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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