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돋보기] 조합 승인 취소한 것은 부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10일 서울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가 "재건축에 대한 주민 동의율이 50% 이하로 낮아졌다는 이유로 추진위원회 승인을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남구청은 일부 주민이 동의를 철회하는 바람에 재건축 동의율에 과반수에 미달하자 건설교통부의 관련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 승인을 취소했다"면서 "그러나 건교부 지침은 일종의 내부 기준에 불과해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상아2차아파트 재건축조합 추진위는 토지 등 소유자 507명 중 369명의 동의(72%)를 얻어 지난해 12월 강남구청의 승인을 받았으나, 141명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동의를 철회하는 바람에 동의 비율이 44.97%로 낮아져 승인이 취소되자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로 아파트 재건축조합 추진위가 일단 구청의 승인을 얻으면 이후 주민 동의율이 떨어지더라도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승인이 취소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수한 사정 변경이 생겼거나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엔 승인 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추진위의 승인 요건이 법에 규정된 이유는 다수의 위원회가 난립해 분쟁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므로 분쟁의 소지가 있다면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주민들이 재건축 사업 자체를 반대하거나, 추진위 간부들의 비리를 문제삼는 등 구체적인 동의 철회의 이유가 있을 때는 상황에 따라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