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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현지 리포트] 전 국민 일손 놓고 5분간 ‘전국 동시 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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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아공 월드컵을 이틀 앞둔 9일(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리허설이 열렸다. 자원봉사자들이 32개국의 국기를 그린 대형판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9일 낮 12시(이하 현지시간) 요하네스버그 최대 번화가 샌튼.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부부젤라(남아공 나팔)를 불고 자동차 경적을 울려댔다. 남아공 국가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을 맞춰 입고 나온 시민들은 국기를 흔들고 월드컵 공식 주제가 ‘와카와카’에 맞춰 춤을 췄다. 월드컵에서 남아공 대표팀이 선전하기를 기원하는 행사였다. 사무실에 있는 직장인들도 창문을 열고 환호성을 질렀다. 시내 교통은 마비됐다.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고속철도 공사장에서 먼지가 날아왔지만 시민들의 얼굴에선 환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샌튼의 한 호텔에 묵고 있는 남아공 국가대표팀 ‘바파나 바파나’가 오픈 탑 버스를 타고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흑인과 백인이 섞인 시민들은 “이바파나 이조 푸멜렐라(바파나가 이길 것이다)”를 외치며 아프리카 대륙 첫 월드컵 개최를 자축했다. 남아공 전역에서는 이날 모든 국민이 5분간 일을 멈추고 남아공팀을 응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최근 남아공 대표팀이 덴마크와의 평가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한 것도 이날 행사에 흥을 돋웠다. 남아공 국민은 월드컵 개최에 대한 자부심과 자국팀의 선전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일부 기업체는 벌써부터 ‘월드컵 결근’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한다. 축구 응원이나 파티에 가기 위해 꾀병을 부리고 회사에 나오지 않는 직원이 늘어서다. 축제 분위기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층 고조됐다. 만델라 전 대통령의 손자 은코시 만델라는 지난 8일 “할아버지가 개막식 직전에 10분 정도 선수들과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91세로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걷는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이번 월드컵을 남아공에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95년 백인 종목으로 분류되는 럭비 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해 남아공 국민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치안문제와 기반 시설 미비로 비난에 직면한 남아공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개막식에 맞춰 세계적인 스타 샤키라와 R 켈리도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샤키라는 8일 오후 요하네스버그 중심가인 넬슨 만델라 광장에서 자신이 부른 월드컵 공식 주제가 ‘와카와카’의 3D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10일 오후 소웨토 올란도 스타디움에서는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월드컵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남아공 정부는 현재까지 외국인 관광객 37만여 명이 입국한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경기장인 ‘사커 시티’에서 열릴 개막식은 R 켈리와 소웨토 복음성가대가 부르는 월드컵송 ‘승리의 징표(Sign of a Victory)’, 남아공 가수 TKZee의 공연 등으로 구성된다. 개막식에서 공연할 예정이던 남아공 오페라 가수 시피워 엔트셰베가 지난달 뇌수막염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R&B 가수 티모시 몰로이가 만델라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정곡 ‘희망(Hope)’을 부른다. 공연 인원이 1500명에 달하는 개막식에는 약 50명의 각국 정상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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