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발전 파업> 勞'연대'勢과시… '法대로'경고 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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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철도·발전 노조의 연대 파업 사태가 장기화 기로에 놓였다.

파업 이틀째인 26일 노사 양측은 핵심 쟁점들을 놓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완전히 합의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해고자 복직 등 일부 쟁점에 의견이 접근했다.

정부 관계자는 "강·온으로 나뉜 노조의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에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두 노조에서 협상권을 위임받아 사측과 벌인 이날 협상은 노정 간의 힘겨루기 양상을 방불케 했다.

장외에서도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노동계의 협상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전국 1백여개 사업장에서 동조파업을 벌였고, 검찰과 경찰은 불법 파업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검토 방침을 밝혀 긴장감이 고조됐다.

노동·경영계 일각에서는 양측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월드컵을 앞둔 올 춘투를 사상 유례없이 격렬하게 만들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간신히 소생하려는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쟁점·협상과정=철도 부문의 경우 해직 근로자 복직 문제에 노사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노조측은 58명의 해직자를 기능직 10급으로 특별 채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이에 비해 사측은 현재 노사정위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협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르자고 주장했다.

발전 부문의 경우 지난 24일 중앙노동위(중노위)에서 제시한 중재안 가운데 전임자수, 고용안정위 설치 여부, 해고자 복직 문제 등 6개항을 놓고 노사 간에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이날 협상은 정부가 양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뒤에 이뤄진 자리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시종일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틀째 파업으로 국민 여론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는데다 검찰의 공권력 투입 검토 발표로 노측이 위축된 모습인 반면 사측은 다소 느긋한 자세였다. 오전 11시부터 서울 로얄호텔에서 이뤄진 공공연맹(민주노총)과 발전 회사 경영진의 협상은 당초 예상과 달리 노측이 중노위의 중재안에 접근하려는 자세를 보인 반면 사측은 종전의 방침을 고수해 난항을 겪었다.

◇민주노총 동조 파업=두 부문 노조의 파업과 별개로 26일 오후 전국 1백여개 사업장에서 4시간 동안 민주노총 산하 5만여 근로자가 동시 파업을 벌였다. 이날 파업은 민주노총이 공기업 노조의 파업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노조에 연대파업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전망=노사 양측이 쟁점에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협상을 지연시킬 경우 본격적인 춘투를 앞두고 노사 분규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철도 파업이 타결되지 못하면 국민 불편이 커지는 것은 물론 물밑에 숨어 있는 여타 공공부문의 파업 움직임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이번 파업사태 이후 정부와 사용자측의 노조 문제에 대한 시각이나 노동단체의 운동방식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국이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 방식을 취한 것은 당연하지만 엄청난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방치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불법 파업을 감행한 뒤 동조 파업까지 벌이면서 사측과 정부에 압력을 가한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의 운동방식에 대한 비판도 높다.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활동은 당연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불법 파업을 통한 힘겨루기로 일관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임봉수·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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