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손바닥이나 손등은 모두 같은 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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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를 이야기한다. 한나라당은 천안함사태를 은근히 기대하고 선거에 임하였으나 결과에 실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천안함사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을 도왔고 더 심한 여당의 참패를 막았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사실 천안함사태는 여야 어느 쪽도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는 한반도 뿐만이 아니라 한반도에 이해관계를 가진 주변국 중에서도 이 사태가 일어난 서해를 접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사안이다.

지난 5월 말 한중정상회담과 한중일 3국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서울에 온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의 溫和한 얼굴이 한국의 매스컴을 가득 채웠다. 특히 원총리의 한강변에서 서울시민과의 격의 없는 대화는 이번 천안호 침몰사태로 중국에 대해 서운함을 느꼈던 한국인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과거에도 원총리는 한국인에게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같은 인기있는 외국정상이었다.

사실 원총리는 국내외적으로 저우언라이(周恩來)이래 가장 존경받는 중국총리이다. 원총리는 한중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중국은 우리의 교역 1위, 투자 1위 그리고 인적교류 1위의 국가다. 중국 전역에 100만에 가까운 우리 교민이 살고 있으며 한중간의 주요도시에는 매주 800여편의 정기편 항로가 깔려있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떼래야 뗄 수없는 서로의 脣亡齒寒의 관계가 되어 있음을 원총리는 잘 알고 있다.

중국에는 “手心手背都是肉”이라는 속담이 있다. 손바닥(手心)이나 손등(手背)은 모두 같은 살(肉)이라 어디를 찔러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손바닥이라면 북한은 손등이다. 중국에게는 한국의 존재가 중요하지만 혈맹으로서의 북한의 존재를 잊을 수 없다. 한국이 신펑요우(新朋友)라면 북한은 라오펑요우(老朋友)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천안호사태와 관련 북한의 소행이라는 확실한 물증이 들어났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어느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實事求是의 정신으로 진실을 직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판단이 요구된다. 원총리는 서울에서 “중국은 책임있는 국가다. 국제합동조사단과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려 어느 쪽도 비호하지 않겠다고 했다.

천안함사태가 유엔의 안보리에 회부되었다. 중국의 향후 태도는 훗날 역사서에서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책임있는 국가”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주는 생생한 기록이 될 것이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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