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에 받은 5천만원 로비 성공 사례금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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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특검팀이 26일 새벽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를 긴급체포함으로써 금감원을 상대로 한 이용호씨의 조사 무마 의혹이 윤곽을 드러날 전망이다.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이용호씨로부터 받은 5천만원이 금감원 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대가성 자금으로 보고 있다.

이날 출두한 이수동·이용호·도승희(전 시정신문 회장)씨 등 3자 대질심문에서 이같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동씨는 "금감원 조사나 검찰 수사 무마 청탁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그냥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의 돈이 전달될 때 동석했던 都씨는 "1999년 12월 이수동씨를 찾아가 이용호씨에 대한 금감원 조사를 언급하자 이수동씨가 아태재단 사무부총장을 지낸 黃모교수에게 연락했고 그날 오후 이용호씨가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만날 수 있도록 黃씨가 조치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받은 5천만원이 금감원이 이용호씨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데 대한 '성공 사례비'라고 보고 이수동씨를 추궁 중이다.

이수동씨는 "1999년 12월엔 黃교수가 사실상 아태재단 일을 그만둔 때라 都씨의 주장처럼 부탁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

黃교수와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도 都씨의 주장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黃교수는 "이수동씨와 김영재씨는 나를 통하지 않고도 연락할 수 있는 사이인 걸로 안다"고 말한다. 김영재씨는 "黃교수로부터 이용호씨 관련 부탁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수동씨와는 잘 모르는 사이"라고 都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용호→이용호 계열사인 인터피온 사외이사를 지낸 도승희→이수동→黃교수→김영재로 이어지는 이 사건 관련자들의 엇갈린 주장들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수동씨가 받은 문제의 돈이 검찰 수사 무마용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검찰이 이용호씨가 돈을 이수동씨에게 건넨 2000년 3월 검찰이 인터피온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해 이용호씨를 약식기소했고,그해 5월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됐으나 입건유예됐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관련자들의 직접 조사 이외에 이수동씨와 김영재씨로부터 압수한 수첩·통화내역·금감원 직원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돈의 성격을 추적 중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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