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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해지는'이철우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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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이 북한의 조선노동당에 가입했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까지 맞물렸다.

◆ "이래서 보안법을 폐지해야"=열린우리당은 9일 한나라당의 폭로를 허위 날조에 의한 '백색 테러'로 규정하고 공세를 폈다. 이 의원을 공격한 한나라당 주성영.박승환.김기현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박근혜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세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여당은 세 의원을 10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키로 했다.

이부영 당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를 70, 80년대 냉전분단 시대, 군사독재시대로 되돌려놨다"며 "민의에 의해 선출된 의원을 간첩으로 몰고 '암약한다'는 표현을 의정단상에서 하는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고 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은 5공 폭압세력의 계승자답게 고문조작 시비로 얼룩졌던 안기부의 낡은 자료를 꺼내들었다"고 공격했다. 여당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보안법 폐지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임채정 의원은 "많은 사람이 다 죽은 (보안)법 뭐하러 고치려 하는가라고 하는데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다"며 "반드시 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 "그래서 보안법 지켜야"=한나라당도 강하게 맞받아쳤다. 이철우 의원 건이 여당의 보안법 폐지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당 의원이 그(조선노동당) 문제로 실형을 받아 복역하고 공천까지 받았다는데 사실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바로 이런 이유로 보안법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이 의원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싸여 있다"면서 "여당은 즉각 해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 관련 진상조사단'은 이 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냈다. "지난 5월 25일 전대협 출신 여당 당선자들과 범민련 남측본부 등 운동권 선배들과 회합한 자리에서 이 의원이 '천하의 빨갱이가 휴전선 옆에서 당선됐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지켜나가겠다'고 했다는데 그런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 공개된 2심 판결문 논란=열린우리당은 이 의원의 2심 판결문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반국가단체 가입.회합.이적표현물 운반 부분, 책을 모은 것에 대한 국가기밀수집탐지방조 등이 (죄목의) 전부"라며 "간첩이나 노동당 가입 등은 빠졌다"고 했다. 공개된 판결문엔 이 의원이 반국가단체인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에 가입했다는 대목만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은 "민해전이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대외명칭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여당이 당초 "분실했다"며 공개하지 않은 판결문 한 페이지(8쪽 중 2쪽)엔 "조선노동당기 1개, 김일성 초상화 1개, 김정일 초상화 1개를 피고인 이철우로부터 각 몰수한다"는 대목이 있다. 그래서 여당이 이것만큼은 고의로 감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여당의 김현미 대변인은 "검찰의 주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종복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왜 금방 들통날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를 갖고 있었다면 다 알아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소영.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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