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의 정치Q] 노회찬 의원의 좌파 정치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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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1년 내내 화제와 논란의 인물이었다. 최근에는 폭행시비까지 터졌다. 그는 대표적인 좌파 전도사다. 4.15 총선 이후 8개월 동안 그는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을 겪었다고 한다.

민노당에서 10명이 국회에 들어오자 경제단체장을 맡고 있는 유명한 기업인이 그에게 은밀히 전갈을 보내왔다. "토요일쯤 시간을 넉넉히 갖고 얘기 좀 해보자"는 것이었다. 성사되진 않았다. 3대 조선소의 사장 한 사람하고는 1대1 만남이 이뤄졌다. 노 의원은 "나도 대기업의 생각을 알게 됐으니 서로에게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노 의원은 법사위 소속이다. 국정감사 때 그는 안양교도소에 갔다가 1990년 자신이 갇혀 있던 작은 방을 보았다. 신문지 넉장반 정도의 면적이다. 그는 "세명이 양반다리를 하면 가득 차는 방에 두명이 수용돼 있더라"고 했다.

1년간 여러 일이 있었지만 노 의원은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언젠가는 유럽식 사회주의가 가능하리라는 희망도 건재하다는 것이다. 다른 민노당 의원처럼 그는 여전히 투사로 남아있다. 보안법 폐지와 공무원 노동3권을 주장하고 이라크 파병 연장에 반대한다.

그러나 1년의 정치실험 동안 그에겐 바뀐 것이 있다. 4월 총선 때 그는 당 선대본부장이었다. 그는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선대본부 일기'를 올렸다. 1월 18일 그는 이렇게 적었다. "미군 주둔이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강남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들의 안보에만 해당하는 것이다. 연봉 1억3000만원이 넘는 극소수 부자의 안보를 위해 연봉 1억3000만원짜리 미국인 용병을 쓰고 있다." 1월 20일 그는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레닌.호치민.저우언라이"를 꼽았다.

지금 노 의원은 달라져 있다. 그는 "선거라는 격전 상황이어서 '타워팰리스''1억3000만원' 운운하는 과장된 표현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을 혁명가로서 존경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지금이라면 공개된 장소에 그렇게 언급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2008년의 지역구 출마를 위해 내년에 수도권 선거구 하나를 고를 계획이다. '노회찬'이라는 모난 돌은 지역구 돌밭을 구르면 더욱 다듬어질지 모르겠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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