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찬의원 '惡의 화신'파문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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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8일의 국회 본회의는 민주당 송석찬 의원의 '악의 화신' '악의 뿌리' 발언으로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악의 화신'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를 '악의 뿌리'라고 주장했다.

宋의원의 발언은 미리 작심하고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홉째로 마지막 질문자였던 그는 발언 5분 전인 낮 12시10분쯤에야 여야 총무실과 기자실에 원고를 돌렸다. 여야간에 미리 원고를 돌려보는 그동안의 관행을 외면한 것.

宋의원 발언 이후 관심은 과연 당 지도부가 그런 내용을 미리 알았느냐에 집중됐다. 동맹국의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비난한 것을 당 지도부가 알고도 방치했다면 외교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이에 대해 宋의원은 발언 직후 "당과 상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묻지 말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당내에서도 정상회담에 앞서 너무 강한 발언은 자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이런 발언을 누가 하겠느냐"면서 "발언은 내 소신"이라고만 덧붙였다.

이와 관련,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17일 宋의원의 질문 원고를 받아봤으며 당시 대전에 있던 宋의원에게 '부시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바람직하지 않으니 빼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총리실이 宋의원 원고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서너시간 동안 宋의원과 민주당은 "발언에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민주당 의총은 "발언 중인 宋의원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끌어내렸는데 의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대야 성토 일변도였다.

그러나 곧 이어 청와대가 대경실색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宋의원의 발언은 완전히 개인적인 것이고 악의 화신이라든가, 침략 책략 운운 등은 아주 부적절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상수(李相洙)총무도 "해당 발언 내용을 속기록에서 삭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宋의원은 이날 오후 6시5분쯤 국회 원내 총무실에 나타났다. 그는 김옥두(金玉斗)의원과 5분 정도 밀담을 나눈 뒤 기자들에게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했다.

그는 "한나라당 李총재의 잘못된 민족관·대북관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매우 부적절한 표현을 쓰게 됐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였다고 한 부분과 '악의 화신' 표현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宋의원은 발언 취소 직후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사라졌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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