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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고르느라 안간힘… 사전 끼고 다녀" MBC '명상개그'화제… '천지인'3인방도 인기몰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사랑이란 무(무를 꺼낸다)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기에 무턱대고(무를 턱에 갖다 댄다) 강요해선 안되는 것이며,혼자만이 막무가내(강판을 꺼내 무를 막 갈기 시작한다) 원한다고 이뤄질 수도 없기에, 독선이나 이기적인 마음을 무찔러야(포크를 꺼내 무를 찌르기 시작한다)겠습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명상(瞑想)은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하는 것', 개그는 '임기응변으로 넣는 대사나 우스갯짓'을 말한다. 얼핏 보기에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단어. 그러나 MBC '코미디 하우스'(토요일 오후 5시10분)의 명상 개그 '천지인의 명상의 시간'은 이 어색한 '명상'과 '개그'의 결합을 시도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성호(27)·고정호(25)·방용화(29).이 코너에서 도복을 입고 각각 천(天)·지(地)·인(人) 역으로 나오는 이들은 개그계 입문 5년 차인 '낡은 신인'들이다. 명상 개그는 지난해 9월 이들이 어렵사리 탄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언어 유희의 마지막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철저한 언어 개그로 이뤄지는 '천지인…'. 이 명상 개그의 대본은 6일간의 피 말리는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시청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독특한 단어 하나만 찾아내도 시청자들이 즐거워 했지만 이젠 아닌 것 같아요. 단어를 고르는데만 일주일을 보냅니다." 사전을 애인처럼 옆에 끼고 다닌다는 세 남자가 입을 모은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다닌다. 누군가 연습실에 가져온 '엿'을 보고도 '엿보는'(엿을 보는),'여차하면'(엿을 발로 차는)','여쭈어보는'(엿을 상대방에게 주는),'엿들어'(엿을 드는) 등의 단어들부터 떠올린다는 천지인이다.

요즘 인기를 실감한다며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3인방. 이들의 꿈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단순한 말장난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의 신선함을 잘 지켜 나갈게요. 많이 지켜봐 주세요."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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