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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장교 출신 동포 관광객 유치'큰 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13억 중국사람 다 불러올까요?"

지난 3년간 무려 63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며 여행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중국동포가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중교(中校·한국의 중령) 출신의 조영송(趙永松·40)씨다.

1998년 말 에버랜드 해외영업팀에 과장으로 특채돼 중국 본토와 대만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지난해에만 27만명을 유치했다.

그에게 이끌려 온 중국인들이 에버랜드에서 쓴 돈만도 1천6백50만달러(약 2백15억원).

이런 공로로 2년 만에 과장 승진을 했고, 지난해 12월엔 남궁진(南宮鎭)문화관광부 장관에게서 '관광진흥 유공자' 표창을 받았다. 그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러 중국으로 건너간 이민 3세대다.

하얼빈(哈爾濱)에서 태어나 16세 때 학원(學圓·예비장교)으로 군에 입대해 98년 중견 장교로 제대할 때까지 소수민족의 한계를 성실함으로 극복하며 승승장구했다.

군 생활 중 짬을 내 베이징(北京)사범대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인민해방군 총부(육군본부)에서 내내 근무한 엘리트였다.

역시 동포인 동갑내기 부인 손명화(孫明花)씨는 중국 관영 CC라디오의 한국어 담당 아나운서였다.

"할아버지께 들었던 모국에 대한 향수 때문에 제대한 뒤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왔지요."

입국 후 부인 孫씨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두 아들을 낳았고, 趙씨는 삼성 베이징지사에 파견근무했던 친구의 소개로 에버랜드에 입사했다.

막막한 관광업에 뛰어들어 처음엔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성에다 중국 내 군 인맥을 뚫으면서 그는 단체관광을 무더기로 유치하는 '중국통'으로 떴다.

"국영(國營)인 중국 여행사들의 사장들이 대부분 군 출신이어서 군 쪽의 넓은 발이 잘 통했어요. 그들의 군 재직시절을 뒷조사한 뒤 찾아가 그걸 화제로 삼아 우의를 다졌지요."

한국에 온 중국인들에게 김치·찰떡·냉면 만들기 등 먹거리 문화 이벤트를 벌였고, 공연 '난타'를 중국에 홍보한 뒤 여행상품에 포함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6월에는 미스 홍콩 선발대회를 에버랜드에 유치하는 활약도 했다.

서울시와 수원시가 제작 중인 월드컵 가이드의 중국어 교정작업도 그가 맡았다. 동료 최문용(崔文容·37)과장은 그런 그를 "아직 우리말이 서툴러 상사한테 반말로 보고하는 걸 빼면 전문지식·국제감각·인간미를 겸비한 최고의 세일즈맨"이라고 평한다.

趙씨는 지난달 20일 대한관광학술학회 세미나에서 '월드컵 중국관광객 유치 방안'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중국팀 경기 관람을 포함한 패키지상품을 개발하자는 내용이다.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때 한국문화의 독창성을 제대로 보여주면 중국인의 한국 관광 러시에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라며 그는 '월드컵 대박'을 노리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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