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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참여국 대북 한목소리 내야"

중앙일보

입력

부시, 한국전 참전 부대서 연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해병대 1사단 캠프 펜들턴에서 연설하고 있다. 부시는 "1사단이 한국전 때 북한의 장진호 부근에서 중공군과 전투를 벌여 크게 승리해 해병대의 위대한 전통을 세웠다"고 치하했다. [샌디에이고 AP=연합]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제외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느낌이었다."(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미국이 가장 강조한 어휘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고립될 것인가, 지원을 받을 것인가는 북한에 달려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박진 한나라당 의원) "미국은 한국 등 관련국과 보조를 맞추기 전엔 대북 군사공격도, 안보리 회부도 불가능하므로 6자회담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

지난 6, 7일 워싱턴에서 미국 외교안보분야 고위관리들을 잇따라 면담한 여야 의원방미단이 추론하는 미국의 분위기다.

◆ 파병과 한.미동맹=미국 측은 대화의 시작과 끝이 한결같았다. 이라크 파병에 대한 감사였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번째 큰 병력을 파병한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대단히 강력한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도 "미국은 한.미동맹에 전혀 비관적이지 않으며 매우 큰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이 필리핀과 한국을 분할지배하기로 미국.일본이 약속한 '카스라-태프트 비밀 조약'100주년임을 상기시켰다.

그리곤 "과거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에 부정적인 평가가 있는 줄 안다"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파병에 관한)청와대와 백악관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에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파병은 한.미동맹 우정의 증거이자, 대단히 긴밀한 협력관계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파병 사실이 미국 내에 제대로 인식되게끔 우리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점이 있다"며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노력할 것"이라 다짐하기도 했다.

◆ 주한미군의 역할=아미티지 부장관은 주한미군의 역할의 광역화와 관련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주장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만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기지이전 대상은 주한미군이 아니라 한미연합사령부인 만큼 한국에도 용산기지 이전은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미티지 부장관은 "미국 측이 주한미군 감축협상에서 감축숫자(1만2500명)부터 먼저 정해놓고 한국과 협상한 것은 문제였다"는 의원단 지적에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시인하고 "다음 협상 때는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노 대통령 유럽 발언=미국 측은 노 대통령의 유럽 순방 발언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들리 내정자는 "북한의 회담복귀를 위해 일종의 관리된 압박이 필요하고, 6자회담 참여 5개국이 북한에 복귀를 한 목소리로 요구해야 한다"며 "안 그러면 북한이 역이용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정의화(한나라당)의원은 5개국 간 일부 시각차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파리 발언을 의식한 말로 들렸다"고 전했다.

◆ 경수로 폐기 입장 재확인=아미티지 부장관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립해 이뤄지는 전력 공급은 있을 수 없다"며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면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는 다른 종류의 방법을 논의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의 전력사정을 조사할 의향도 있음을 이미 북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박영선(열린우리당)의원은 "미국은 경수로 발전소 건설은 폐기한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도 일단 6자회담에 줄 영향을 원치 않아 폐기가 아닌 중단에 동의한 상태"라고 전했다.

◆ 개성공단=해들리 내정자와 아미티지 부장관은 "개성공단은 좋은 생각"이라며 "미국의 기술과 규정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단이 지적한 "공단의 운용과 건설에 필요한 물자들이 미국법에 막혀 반입이 안 되고 있다"는 대목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김혁규 의원은 간담회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 전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뉘앙스가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 북한인권법=한국 의원단이 만난 미국 의원들은 북한인권법에 관해 "북한 인권 문제에 더 이상 눈감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에서 만든 것"이라며 "그러나 정권붕괴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순수한 인권보호 증진 차원"이라 강조했다. 짐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 아태 소위원장은 "이 법은 북한체제 붕괴 등 정치적 측면보다는 재중 탈북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 남핵도 6자회담에서 다루나='한국의 핵물질 실험 문제도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은 미국이 일축했다. 박진(한나라당)의원이 "북한의 요구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회담에 초청해 설명케 하자"고 하자 해들리 내정자는 "남한과 북한의 핵 문제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은 한국 핵실험 문제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 중국의 좌절=마이클 그린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북한에 매우 좌절감을 느낀 듯하다"며 "중국이 북한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갖고 가기는 어렵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불간섭 정책을 펴온 나라기 때문"이라고 두번이나 강조했다고 의원단이 전했다. 의원단은 "이번에 만난 미국 측 인사들은 한결같이 중국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보였다"며 중국이 6자회담을 계기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미국이 견제심리를 갖기 시작한 듯하다고 전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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