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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없는 학교 배정 철회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기도교육청이 컴퓨터 오류로 수도권 4개 권역의 고교 신입생 배정을 전면 취소해 말썽을 빚더니 부천에선 교실조차 없는 고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천시의 한 신설 고교에 5백여명을 배정했으나 이 학교 건물은 오는 11월에나 준공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입학식도 극기훈련으로 대체하고 전체 6개 층 가운데 3개 층이 완공되는 6월까지 부근 중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할 예정이란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공동 건설업체간 노임문제가 있어 공사가 2개월여 중단된 탓"이라며 학부모들의 재배정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학생 배정은 잘못된 것이다. 관할 부천시교육청이 "올해 신입생을 배정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하고 있고, 시공사측도 "도교육청측에서 올 3월까지 공사를 끝내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한 학교 신설과 교실 증축은 지난해 7월 발표된 학급당 학생수 감축안에 기인한다. 교육부는 2004년으로 예정돼 있던 초·중·고교 학급당 학생수 감축(35명 이내)을 1년 앞당기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후 전국 곳곳의 학교들이 공사판으로 변했다. 고교의 경우 현재 7백55개교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53%(4백8개교)를 이달 말까지, 나머지는 5월 말까지 완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고교 학급당 정원 몇명을 줄이기 위해 이런 난리를 쳐도 되는 일인가. 대통령 보고사항이라 해서 교실없는 신설 학교에 학생을 우격다짐으로 배정해야 하는가. 이는 군사정권 때도 없던 숫자놀음이고 행정독재 아닌가.

학급당 학생수에 얽매여 교실 없는 수업을 강요할 게 아니다. 새 학기 시작 전에 재배정하고 공사가 끝난 뒤 학교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무리하게 학생을 배정한 경위 등을 따져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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