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제2부 薔薇戰爭 제1장 序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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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그러면 저는 어떠하겠습니까."

아우 정년에게만 단평을 내리자 장보고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물어 말하였다.

"어찌하여 아우에게만 말씀하시고 저에게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나이까."

그러자 낭혜는 물끄러미 장보고를 바라본 후 자신의 바랑에서 물건 하나를 꺼냈다.

"이것이 바로 그대의 명운이오."

장보고는 낭혜가 꺼낸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손바닥에 들어올 만큼의 작은 불상이었다. 예부터 스님들은 수호불이라 하여서 작은 불상 하나를 품속에 지니고 다니는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불상의 모습은 특이하였다.머리가 없었던 것이다.

"머리가 없지 않습니까."

정년이 다소 기분이 언짢은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하였다.

"하오면 우리 형님의 명운이 목이 없는 부처라는 말씀이시나이까."

그러자 낭혜는 말 없이 다시 바랑 속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꺼냈다. 그는 그 물건을 머리가 떨어져나간 불상 위에 얹어 놓았다. 비로소 온전한 하나의 불상이 된 후 낭혜는 입을 열어 말하였다.

"이 불상을 그대에게 주겠으니 몸은 버려도 좋으나 머리만은 반드시 소중하게 간직하시오."

밑도 끝도 없는 수수께끼의 말이었다.

"하오면."

무릎을 꿇어앉은 자세에서 장보고가 물었다.

"이 불상을 나에게 주시는 것입니까."

"그렇소."

장보고는 공손히 두 손을 합장한 후 그 불상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물어 말하였다.

"아우에게 내리셨던 말씀처럼 나에게도 명운을 점지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낭혜는 다시 한참을 침묵한 후 불쑥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불이오."

낭혜는 붓을 들어 종이 위에 글자 하나를 써 내렸다. 그것은 불화(火)자였다. 낭혜는 다시 연이어 종이 위에 세개의 불 화 자를 써내린 후 이렇게 말하였다.

"반드시 세개의 불이 그대를 구해줄 것이오. 그대는 반드시 세개의 불을 거쳐야만 불꽃이 될 것이오."

낭혜가 말한 불꽃은 바로 염(?)을 말함이었다. 이 말을 들은 장보고가 물어 말하였다.

"스님의 말씀대로 제가 불의 명운을 타고났으며, 반드시 불 세 개를 거쳐야만 염에 이를 것임을 알겠나이다. 그리하면 무엇을 이루겠나이까."

"그것을 정히 알고 싶소이까."

형형한 눈빛으로 낭혜가 장보고를 쳐다보며 물어 말하였다.

"정히 알고 싶나이다."

다시 오랜 침묵이 왔다. 지그시 눈을 감고 묵언하고 있던 낭혜가 결심한 듯 입을 열어 말하였다.

"그것은 그대가 불상의 머리를 끝까지 보관하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소이다."

"제가 불상의 머리를 보관하고 있다면 무엇을 이루겠나이까."

그러자 낭혜는 다시 붓을 들어 글자하나를 써 내렸다. 장보고는 낭혜가 쓴 글자 하나를 쳐다보았다.

'천(天)'.

"하오면 제가 불상의 머리를 보관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이루겠나이까."

낭혜는 붓을 들어 마지막 한 자를 써 내린 후 붓을 던져버렸다. 장보고는 그 글자를 바라보았다.

'신(神)'.

그러니까 낭혜의 참언은 장보고가 불상의 머리를 잘 보관하고 있다면 하늘을 얻을 것이오, 만약에 불상의 머리를 보관하지 못한다 해도 입신(入神)에 이를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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