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통합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메모리 사업 부문 매각금액을 놓고 양쪽의 시각차가 급격히 좁혀졌다.이로써 사상 최대의 반도체 빅딜은 협상 타결을 위한 최종 수순에 접어들 전망이다.
◇"괜찮은 금액"='40억달러 안팎'이라는 가격협상의 결말은 마이크론 쪽에서 상당한 성의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40억달러 이상을 주면 안된다는 게 미국 월가의 정서였음을 감안할 때 마이크론 쪽에서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강했음을 엿볼 수 있다. 독일 인피니온이 뒤늦게 하이닉스 제휴 협상에 뛰어든 점도 가격 올리기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채권단도 이 정도의 금액이면 추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채권단은 그동안 줄곧 '매각우선'원칙을 견지해왔다. D램가격의 반등을 계기로 하이닉스 독자생존론이 퍼질 때도 채권단의 이러한 방침은 굳건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40억달러 정도면 전체 채권 중 70% 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도체 업계 판도변화=세계 2,3위의 D램업체가 합치면 국제 반도체 업계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게 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마이크론(2위)과 하이닉스(3위)가 합치면 세계 D램시장의 42%를 차지하게 된다. 마이크론이 세계 1위 업체(30% 안팎)인 삼성전자를 누르고 정상에 오르면서 세계 메모리 업계는 마이크론·삼성전자·인피니온의 3강구도로 재편된다. 시장지배력이 큰 업체 수가 줄면서 과잉생산을 덜고 반도체 값 안정을 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선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금융 혼란이 두려워 하이닉스 매각을 서둘러야 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40억달러 역시 헐값이라는 국부유출론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조원이라면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인수할 때 가격(지분매입가 2조5천6백억원, 부채 3조원)과 비슷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키운다.
◇변수는 여전=메모리 사업 부문을 팔고 남는 비메모리 부문의 처리문제는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비메모리 분야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 현안이며 마이크론과의 입장 차이가 의외로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협상의 급진전 소식은 국내외 증시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리젠트증권의 김경신 상무는 "억눌렸던 악재가 해결기미를 보이면서 전체적 흐름은 증시에 긍정적일 것 같다"고 점쳤다.
정선구·양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