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등산객 따라 하산한 새끼곰 SBS 2부작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곰' 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건국 신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정도로 한민족과 끈끈한 인연을 갖고 있는 곰. 40여 년 전만 해도 개만큼 흔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제 곰은 야생 상태로는 거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간의 거친 손길에 곰의 서식지가 파괴된 탓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 그 답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지난해 1월 전국 각지에서 '장군''반달''반순''막내' 등 반달곰 네 마리가 태어났다. 이들에겐 동물원 거주 대신 막중한 임무가 맡겨졌다.
사육 곰의 새끼에게 야생 훈련을 시켜 자연에 방사하는,이른바 반달곰 복원 작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네 마리의 새끼 곰은 생후 3개월만에 어미 곰에게서 떨어져 이유식장으로 옮겨졌다.
이어 지리산 문수골에 자리잡은 5백평의 방사 훈련장에서 야생 적응력을 높이는 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인간의 보살핌을 받다가 적자생존의 원칙이 지배하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유식 훈련 도중 반돌·반순 두 마리의 아기 곰이 장염으로 죽어, 다른 곰들로 급히 대체되기도 했다.
본격적인 야생 훈련 중에는 '막내'가 등산객을 따라 하산하는 해프닝도 생겼다. 유난히 사람을 따랐던 '막내'는 야생의 삶 대신 인간과의 교감 쪽을 택한 것이다.
마지막 남은 과제는 동면(冬眠).충분한 지방질을 축적하지 않으면 먹이를 찾으러 나왔다가 동사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처음 겨울잠을 자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애태웠던 곰들은 날씨가 추워지자 뿔뿔이 흩어져 동면에 들어갔다. 그들이 어떤 봄을 기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SBS는 11~12일 밤 8시40분 이처럼 4백일에 걸친 반달곰의 야생 적응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곰'을 방영한다. 제작진은 오랜 추적끝에 반달곰의 탄생부터 동면까지 생생한 화면을 잡을 수 있었다.
제작을 맡은 유영석 PD는 "이들이 원래부터 지리산에 살고 있던 야생곰들을 만나 새로운 번식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여부가 앞으로의 과제"라며 "장기적인 야생곰 복원 계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