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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사모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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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판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 똑같은 비운을 맞았던 어머니 성혜림에 대한 사모곡이 절절하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아버지를 따라 월북해 배우가 된 성혜림은 결혼한 몸으로 청년 김정일을 만난다. 그리고 1970년 청년 김정일과 동거해 1년 뒤 정남을 낳는다.

맏아들을 낳았음에도 혜림은 시아버지 고 김일성 주석의 인정을 못 받았다. 그리고 74년, 쫓겨나다시피 러시아로 떠났다. 2002년 그는 쓸쓸히 숨져 모스크바 서쪽 트로예쿠롭스코예 묘지에 잠들었다.

한참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읜 정남의 회한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무덤 뒷면에 묘주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못다한 사랑을 표현했다. 북한 당국은 묘지기로 최준덕을 남겼다.

북에서 주치의로 성혜림을 돌봤던 최는 성혜림이 ‘쫓겨날 때’ 자청해서 왔고 성혜림이 숨지자 역시 자청해서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인 2009년 8월 한국 모 일간지에 ‘성혜림의 묘가 잡초와 낙엽이 쌓여 무연고 묘를 연상케 한다”는 보도가 실렸다. 김정남은 분노했다.

“자기 어머니 묘 하나 관리하지 못하는 불효자식이라고 세계 사람 앞에서 망신당했다”며 펄쩍 뛰었다. 그리고 즉시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묘지기 ‘최 영감’을 멱살잡이까지 했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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