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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견 재롱에 밤샘 피곤 사르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견공(犬公)과 묘공(猫公)은 예부터 사이가 나쁘다지만 적어도 탤런트 김정은(27) 앞에서만은 예외인 모양이다.
그녀의 빌라에선 '시추'종 강아지와 '페르시안'종 고양이가 사이좋게 동거하고 있다. 김정은의 동물 사랑이 차고 넘쳐서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동물 앞에 서면 한없이 편안해지는 걸 느껴요. 사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선 상처도 받고 배신감도 많이 느끼잖아요. 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아요.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끝없이 이어지는 예찬론만큼이나 그녀의 동물 사랑은 연예계에서 유명하다. 특히 그 중 개에 관해서는 사람 많기로 유명한 방송·연예가에서도 단연 '권위자'로 통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애견협회가 주는 애견 문화인상까지 수상했다.
동료 연예인들도 자신이 키우는 개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녀에게 달려오곤 한다. 얼마나 개를 좋아하는지 지난해 말에는 '김정은의 퍼피 러브(Puppy Love)'란 타이틀의 비디오까지 만들어 출시했다. 이는 국내에서 사실상 처음 제작된 본격 애견 교육 비디오로, 촬영에만 4개월이 걸렸다. 이 비디오 촬영을 위해 그녀는 지난해 여름 뙤약볕 속 한강 둔치를 달리고, 또 달렸다.
블랙 시추, 로디지언 리지백, 올드 잉글리시 시프독, 벨지언 그레넌덜 등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1백여종의 개들이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가 출연 중인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촬영을 강행했다. 오죽하면 나중엔 개들을 사극 촬영장인 한국민속촌에까지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좋은 애견 교육 비디오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했어요.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들이 실제 참고할 자료가 없는 게 현실이거든요." 이 비디오를 찍으면서 그녀에겐 새 식구들이 생겼다.
우선 비디오의 주인공이었던 골든 리트리버 종인 '몽이'. 4개월 동안 김정은과 '몽이'는 거의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녔다. 영리한 '몽이'는 김정은이 지쳐 있을 때면 조용히 다가와 혀로 손등을 핥아주곤 했다. '몽이'는 그녀의 집에서 머물다 현재는 김정은의 매니저가 맡아서 키우고 있는 상태다.
김정은은 또 제작팀으로부터 갓 태어난 아기 시추 한 마리도 선물받았다. 흰 털과 검은 털이 섞여 있는 앙증맞은 강아지였다. 김정은은 요즘 이 아기 시추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얘는 저와 '딱'이에요. 요즘 CF 말마따나 얼마나 제게 힘을 주는 강아지인데요."
각종 CF 촬영과 드라마 녹화 때문에 녹초가 돼 밤늦게 들어올 때도 생후 5개월된 이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을 반갑게 맞는다. 주인의 고충을 아는지 미리 잠드는 법이 없다. 그래서 김정은은 집에 돌아와 문을 열 때가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한다.
이젠 제법 공까지 굴리고 다닌다. 요즘 김정은은 틈나는 대로 아기 시추를 공원·슈퍼마켓 등에 데리고 다니며 바깥 구경도 시키고 다리에 힘도 길러주고 있다.
김정은은 아주 오랜 시절부터 자신 곁에 늘 개가 있었다고 기억한다. 지금까지 열마리가 넘는 개를 키웠으니 말이다.
"맹목적인 애정이나 충성심 앞에서 숙연해질 때도 많아요. 워낙 개와 더불어 살다 보니 이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하긴 자칫 살벌해지기 쉬운 연예계 활동에서 그녀의 개 사랑은 더욱 각별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정서적 교감과 안정이 그녀의 연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가 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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