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사 왜 진통 겪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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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 간부 인사가 진통 끝에 발표됐다. 새 검찰총장 취임에 따른 검찰 고위직 인사가 20일 가까이 걸린 것은 난산(難産)임을 말해주고, 그 자체가 '사건'인 셈이다. 검찰 인사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음을 말해 주는 증거다. 아울러 정부가 수시로 강조해 온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검찰권 독립이 얼마나 허울 좋은 구호였는가를 입증하고 있다.
검찰 인사의 핵심은 대검차장과 서울검사장에 특정 지역 출신을 임명하느냐와 청와대에서 돌아온 민정수석비서관의 보직이었다. 검찰 인사가 전례없이 미뤄지고 최경원 법무부 장관이 갑작스레 경질된 것도 이를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 특정 인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람에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인 반발 조짐까지 보였고 심지어 신임 검찰총장이 거취를 고려할 정도였다니 사태의 심각성을 알 만하다.
정치 권력이 연고를 앞세워 검찰 장악을 고집하는 이유는 두가지라고 본다. 첫째, 자신들의 안위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자유로운 검찰권이 두려운 것이다. 각종 게이트마다 권력 핵심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데다 야당은 앞으로 더 큰 비리·의혹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검찰 내부의 차단벽을 고려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아직도 검찰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검찰권 사용(私用)의 단맛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결과다.
검찰 인사 갈등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청와대 파견 검사를 복귀시킨 대통령의 의지와 상충된다. 검찰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계속 쥐고 흔들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는 세력이 있다면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조직이 무너지든 말든 정치 권력의 힘을 끌어들여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려 하는 검찰 간부가 있다면 이 또한 한심스럽다.
이제 이명재(李明載)검찰팀은 더욱 온 국민의 주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살려 하면 죽고, 죽으려 하면 산다"는 비장한 각오가 검찰에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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