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세계1위 경쟁력 비결 "영어에 능통한 인재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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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구가 5백20만명에 불과한 북유럽의 소국(小國) 핀란드는 세계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척박한 기후에 가진 것이라곤 국토의 75%를 덮는 삼림뿐이었던 변방 국가가 10여년 만에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진 나라, 초일류 기업 노키아를 키워낸 정보기술(IT) 강국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핀란드의 파보 리포넨 총리(사진)는 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총회에서 ▶영어에 능통한 인재 육성▶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개방화 정책 등이 어우러져 오늘날의 핀란드를 낳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WEF의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꾸준하게 우수한 두뇌를 육성하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했기 때문에 핀란드는 자원 의존형 경제에서 지식기반 경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현재 생산성▶향후 5년간 성장 잠재력 등을 평가한 경쟁력 보고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리포넨 총리가 이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한 경쟁력의 원천은 교육.
그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영화·TV 프로그램 등은 핀란드어로 더빙을 하지 않고 영어 자막을 넣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영어를 배우지 않고서는 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환경 때문에 핀란드의 15세 청소년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영어 독해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리포넨 총리는 "영어는 기술분야의 공용어인데도 많은 유럽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4천년간 꾸준히 이어온 핀란드어가 영어 때문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사회가 개방돼 연구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정보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핀란드는 유럽 등 각국의 기업들을 유치,이들과 공동 연구를 하는 데 주력했고 그 결과 198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4%에 불과했던 R&D 투자 비율이 98년엔 3%까지 증가했다.
당시 미국·독일·프랑스 등의 R&D 투자 비율은 2%대에 머물렀다. 이런 토양 위에서 노키아 등 첨단 기업들은 자연스레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었고 전자제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8년)에서 19%(98년)로 커졌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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