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社 불길 英 왕실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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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엔론 사태의 불똥이 영국 정계는 물론 왕실로까지 튀고 있다. 또 엔론 내부 조사보고서가 공개돼 10억달러의 분식회계와 엔론 임원들의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비위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3일 "엔론 유럽법인이 1991년부터 찰스 왕세자(사진)의 자선재단에 1백만파운드(약 20억원) 가량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찰스 왕세자는 93년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케네스 레이 전 엔론 회장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등 엔론 유럽법인과 친밀한 관계를 가졌다. 왕실 대변인은 "왕세자가 기부자와 만나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라고 서둘러 해명했다.
이 신문은 또 엔론 간부들이 영국의 에너지정책 관련 로비를 위해 토니 블레어 총리·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측근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제프리 노리스 총리 산업정책보좌관과 에드 볼스 재무장관 수석 경제보좌관도 각각 총리실과 재무부에서 엔론 간부를 만났다는 것이다.
영국 주간 옵서버도 데이비스 루이스 엔론 유럽법인 부사장이 98년 총리실과 재무부 고위 관계자를 만났으며, 2000년 11월 영국 정부가 가스발전소 건설 금지조치를 해제했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엔론 특별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엔론 경영진이 지난해 1년간 순수익을 10억달러나 부풀리고 수백만달러의 주식을 처분했다"고 3일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앤드루 패스토 엔론 재무본부장(CFO)은 파산 직전까지 자산처분 과정에서 3천만달러를 챙겼고, 패스토의 보좌관인 마이클 코퍼는 제휴사로부터 1천만달러를 챙기는 등 엔론 임원 6명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안혜리 기자,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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