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해외CB·BW 못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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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르면 3월부터 내국인은 국내기업이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CB)와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 후 1년 안에는 살 수 없게 된다.다만 은행·증권·보험·투신·뮤추얼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이 단순한 투자목적으로 취득하는 것은 허용된다.
또 CB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BW의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때 전환(행사)가격을 발행가격의 30% 이상 높이거나 낮추지 못하도록 가격조정 한도가 신설된다.
CB는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며 BW는 발행 기업의 신주를 받을 권리가 주어진 회사채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3일 "편법적인 외자유치를 막기 위해 이같은 내용으로 '유가증권의 발행·공시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며 "규제개혁위원회와 협의를 마쳤고 이달 말 금융감독위원회를 통과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CB와 BW를 해외에서 발행해 외자를 유치할 경우 기업 이미지가 높아지고 주가가 뛰기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해외 CB·BW를 발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와 연관된 삼애인더스의 사례처럼 해외 CB·BW의 상당 부분을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이 인수한 것으로 드러나 '무늬만 외자유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예컨대 외국인 투자자에게 인수토록 한 뒤 곧바로 내국인이 되사는 식이다.
이를 막기 위해 개정안은 해외 CB·BW가 발행된 뒤 1년간은 내국인의 인수를 제한했다.
또 CB와 BW의 주식 전환가격을 발행가격의 30% 이내에서만 조정하도록 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개정안은 대신 공개 모집된 CB·BW에 대해서는 발행 후 1개월(종전 3개월)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그러나 비공개로 모집된 사모(私募) CB·BW는 현재와 같이 1년간 주식전환이 제한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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