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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나는 모릅니다 아버지 건강 좋습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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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호 01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정남씨가 4일 오전 마카오 시내 알티라 호텔 10층의 식당 앞에서 기자와 만난 뒤 승강기에 타고 있다. 진지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정남씨는 헤어질 땐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기자에게 인사했다. 마카오=신인섭 기자

4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마카오의 신도심 코타이에 있는 38층짜리 알티라 호텔 10층. 양식을 파는 오로라 식당 안쪽,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남녀가 식사를 하고 있다. 남성은 입구를, 세련된 모습의 20대 여성은 창 쪽을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는 기자의 눈이 남성의 눈과 마주쳤다. 남과 여는 서로 뭔가를 말하더니 여성이 먼저 자리를 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살이 넉넉한 남성의 얼굴. 며칠간 면도하지 않은 듯 텁수룩했지만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두 달간 추적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9)이다. 그를 그렇게 찾아냈다.

김정일 장남 김정남, 두 달 추적 끝 마카오 인터뷰

김정남은 식당을 나가려고 계산을 서둘렀다. 그때 어디선가 전화가 오자 표준 한국말로 답한다. “여보세요~ 음. 알았어, 알았어.” 계산을 마친 그는 식당에서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나아갔다. 거기서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있는 취재팀을 만났다. 놀라거나 불편해 하지 않는 표정이다. 김정남씨는 “기자시죠?”라고 선수를 친다. 기자가 “사진 몇 장 찍겠다”고 하자 찍으라고 한다. 이렇게 대화가 시작됐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됐죠?”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그를 잡았다.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온 중앙SUNDAY 기자입니다. 중앙일보의 일요일 신문이죠.
“남쪽 기자시군요.”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기자를 보는 그에게 명함을 건넸다. 명함 내용을 힐끗 보더니 긴 소매 셔츠의 앞주머니에 넣었다.
“남쪽 기자는 처음 만납니다. 지금까지 일본 기자는 좀 만났지만.”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몇 가지 좀 여쭙겠습니다.
“….”

-아우님(김정일 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인 정은)이 김옥(46) 여사의 아드님이라는 말씀을 하고 다니신다는 얘기를 마카오에서 들었습니다.
“(여유를 부리던 얼굴이 딱딱해졌다) 뭔 얘기인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오전에 아드님을 만났습니다.
“가족 프라이버시는 지켜주시죠.”

-아버님(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은 어떠세요?”
“좋으십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천안함? 나는 모릅니다. 그만하시죠.”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로 알려진 정은(28)은 지금까지 김 위원장의 두 번째 부인 고영희(2004년 사망)의 아들로 알려져 있다. 김정남씨는 첫 부인 성혜림(2002년 사망)의 아들이다.

기자가 질문한 ‘김옥 여사’는 김정일의 ‘네 번째 여성으로 권력 실세’라는 설명이 따라다니는 인물이다. 마카오의 지인들은 김정남씨가 ‘김정은은 고영희의 아들이 아니라 김옥의 아들이다’라는 얘기를 하고 다닌다고 기자에게 전해 줬다. 서울의 고위 정보 소식통도 “정은의 생모가 김옥이라는 사실은 북쪽 지도부 안에서도 아주 제한된 사람들만 아는 내용”이라며 “이게 널리 알려지면 정은이 김씨 가문의 혈통을 정통으로 계승하지 못한 인물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옥의 정은 생모설은 후계 구도가 뒤틀릴 수 있는 왕가 혈통의 비밀인 셈이다.

김정남씨의 아들, 즉 김정일 위원장의 손자 김한솔(15)군을 이날 등굣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군의 얼굴엔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었다.

질문을 국내외 정보 소식통들이 전해 준 ‘김정남 망명설’로 옮겼다.

-유럽 쪽으로 가실 거란 얘기가 들리던데요.
“유럽 쪽으로 간다는 건 무슨 의미죠? 제가 왜 유럽 쪽으로 가죠?”

단답형에 가깝던 정남씨의 말이 길고 복잡해졌다.

“아이고…. 전혀. 유럽 쪽으로 갈 계획이 없습니다. 유럽 쪽으로 간다는 의미가 뭔지 몰라가지고…. 유럽 쪽으로 제가 왜 가요. 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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