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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 잔머리라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머리는 좋은데 수학을 못한다구? 솔직해라, 솔직해. 머리가 나쁘니까 수학을 못하는 거지. 하지만 기죽을 건 없다. '수학 머리'는 일단 굴리기 시작하면 좋아지니까."
사설학원장으로 수학경시대회 입상자를 제법 많이 배출했다는 자칭 타칭 '수학의 고수'님 말씀이다. 일일이 복잡한 계산을 하기보다 계산을 피하려고 최대한 꾀를 부리는 것이야말로 수학의 핵심이요, 따라서 수학의 시작과 끝은 '머리 굴리기'라는 것이다. 그의 신간 『니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를 보면 그럴 법하게 느껴진다.
#1.소주병의 부피를 구하는 네가지 방법.
평범한 풀이:물을 가득 채운 후 메스실린더에 따라 붓고 부피를 구한다.수학 잘하는 놈의 풀이:소주병 외부 라인의 함수를 구한 다음 적분한다.
머리 좋은 놈의 풀이:소주 회사에 전화를 한다.
진짜 머리 좋은 놈의 풀이:소주 상표 라벨을 자세히 읽어본다.
#2.병 속에 갇힌 바퀴벌레를 구해내라!(물론 병은 깨뜨리면 안되고 코르크 마개를 뽑아서도 안된다.)
풀이:코르크 마개를 밀어 넣으면 된다.^ ^ ;;;
이렇게 황당한 사례들이 맛보기로 제시되는 이 책은 수학 교양서도, 공식 암기법을 담은 참고서도 아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저자의 수학 교육 철학이 담겨 있다. 운명적으로(?) 수학시험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10대들에게 수학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감각을 키워주는 것이 저자의 첫째 목표인 것이다.
요즘 아이들 어투나 재미난 사례들은 10대들 입맞에 꼭 맞는다.『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처럼 수학을 배우려는 학생과 상담자간의 대화로 엮은 책의 형식도 가뿐하다.
저자는 먼저 수학을 잘하기 위해선 상상력이 풍부한 '우뇌'를 계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흔히 계산과 논리를 관장하는 좌뇌를 계발하면 수학은 잘할 수 있다는 통설을 뒤집는 것이다. 저자는 바둑도 행마와 정석에 따라 매우 논리적으로 둔다고 하지만 실전에선 특별한 수읽기 상황이 아니라면 오히려 감각적으로 두게 되는 것처럼 수학 역시 감각적인 학문임을 주장한다. 그리고 수학적 창의력을 키워주는 '수학 이미지 학습법'을 제시한다.
부록 '수학 심리 검사'들도 재미나게 이용해 볼 만하다. ▶나는 수학이 지구에서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36×9를 암산으로 구하라고 하면 자신 없다 ▶열심히 공부하려고 결심해도 수학이 날 거부하고 도망간다 ▶수학을 못해도 다른 과목을 잘하면 명문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등의 항목을 통해 '수학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지 확인한 뒤 적당한 대책을 세워 보자.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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