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법도 세월따라… 과거엔 짙게 바르고 요즘엔 한 듯 안한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2면

한국 여성 만큼 화장과 자기 가꾸기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드물다. 안목도 이젠 국제 정상 수준이다.
얼마 전 내한한 미국 에스티 로더 그룹 프레드 랭헤머 사장은 "화장품에 대한 한국 여성의 요구 수준이 아주 높아 이를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 역사는 어떠했을까.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의 사외보 '향장(香粧)'이 지령 4백호(1958년 발간 시작)를 맞아 내놓은 '한국 여성 화장의 역사'라는 자료를 통해 한국 여성의 미(美)에 대한 끈질긴 열망을 되짚어본다.
'향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외보이자 첫 미용지였다.
◇1950년대=미스코리아 대회가 시작(1953)하면서 여성들이 패션과 미용에 눈뜨기 시작한 시기다.
당시에는 인위적인 느낌이 들 정도의 과장된 화장법이 인기였다. 피부 톤은 밝게, 눈썹은 두껍고 진하게, 속눈썹은 길게 붙였다. 얼굴 윤곽을 매우 강조했다. 입술은 새빨갛게 발랐고, 애교 점을 찍기도 했다.
◇1960년대=미국에서 귀국한 가수 윤복희의 미니 스커트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화장에도 본격적으로 유행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피부는 분홍빛이 돌게 연출하고, 눈썹을 두껍게 그리거나 아예 밀어 버렸다. 속눈썹을 아래 위로 진하게 붙이고 마스카라를 많이 발라 눈을 강조했다.
◇1970년대=대학생·통키타·청바지 문화가 거리를 휩쓴 이 때엔 긴 생머리의 여대생이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여성미를 추구하는 화장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반짝이메이크업이 득세했다. 눈 부위에 펄이 들어간 아이 섀도를 바른 탤런트의 사진을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70년대 여성들은 광대뼈를 강조하기 위해 얼굴 윤곽을 그렸고, 립스틱 위에 립 글로스를 덧칠했다
◇1980년대=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 문화가 정착된 시기다. 교복 자율화 세대는 다양한 유행을 누리는 자유를 처음으로 만끽했다. 컬러 TV가 처음 선보이면서 색조 화장과 얼굴의 윤곽을 살리는 입체 화장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핑크와 오렌지, 블루와 그린 등이 유행 색이었다.
연예인들의 화장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화장품 광고 활동도 활발해졌다.
◇1990년대=유행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기 시작했다. 유행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가는 여성들도 늘었다.
스킨 케어에 대한 관심이 커져 기능성 화장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이 시기 화장의 특징이다. 화이트닝과 주름 제거 등 고급 기능성 화장품들이 속속 나왔다. 맞춤 화장품의 개념이 도입되고 피부 관리실이 대중화됐다.
◇2000년대=한 듯 안한 듯한 내추럴 메이크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화장품은 고도의 과학 기술을 앞세운 메디컬 브랜드(상표)와 순 식물성을 표방한 자연주의 브랜드로 나뉘고 있다.
김현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