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등 민원실 부드러워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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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사무소 민원실에 오면 은행에 들어온 것 같아요."

24일 서울 관악구 신림12동 동사무소를 찾은 주민 이정순(52.여.관악구 신림동)씨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한결 상냥해졌다"고 말했다.

우선 민원실 창구 높이가 20㎝ 이상 낮아졌고 '전입'이란 창구 팻말 아래 담당자 이름이 적혀 있다. 이른바 '민원 실명제'를 도입한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민원인이 올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부터 깍듯하게 건넨다. 김동식(金東植.56)동장은 "예전에는 창구가 높아 민원인들에게 은근히 위압감을 줬다"며 "열린 행정에 맞게 동사무소 분위기를 확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청과 구청.동사무소의 민원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민선 지방자치제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일선 공무원들의 뻣뻣하던 자세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노원구의 경우 민원실에 세평 규모의 건강관리 코너를 마련했다. 민원인들이 차례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키와 혈압.비만도 등을 무료로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팩스기와 복사기도 설치해 무료로 이용토록 하고, 또 '장애인.노약자 서비스 코너'를 마련해 수화 통역과 대필(代筆)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민원여권과의 김동석(金東石.36)담당은 "다음달부터는 시중 은행처럼 대기 순번표를 뽑는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는 직원을 통하면 빠르고, 아니면 한참 기다려야 하던 불투명한 행정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송파구는 지난 14일부터 관내 6개 동사무소에 '친절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 민원 처리가 부당하거나 해결이 안된 민원이 있을 경우 신문고를 두드리면 동장과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민기초생활 수급자 신청 등 민원인들이 얼굴을 맞대고 접수하기 꺼리는 사안은 엽서로 신청받아 동사무소 직원이 직접 민원인을 찾아간다.

동대문구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첨단 서비스까지 도입하고 있다. 주택.건축.교통.환경.소방 등 54개 민원업무의 처리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처리과정과 결과를 휴대전화 메시지로 일일이 알려주고 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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