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심상치 않은 주택시장 … 장기침체 빠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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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택시장엔 후자, 즉 경착륙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집값 하락을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장기 침체’가 오지 않을까 우려한다. <관계기사 e4면>

서울 집값은 넉 달째 떨어지면서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완공된 아파트까지 팔리지 않아 악성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건국대 고성수(부동산학) 교수는 “주택 공급은 많은데 대출 규제·보금자리주택 분양 등으로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주택시장이 쉽게 회복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이후 지금까지 13주 연속 서울·수도권 아파트 값이 내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은 커지고 있다. 서울 집값은 처음 내림세로 돌아선 3월 한 달 동안 0.10% 떨어졌으나 5월엔 0.36% 내렸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달에만 2%가량 떨어졌다.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중개업소들도 수시로 매물 호가 를 낮추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현황판의 호가를 주인이 매직펜으로 낮춰 써 놨다. 함종선 기자

단기간에 이 정도로 집값이 내리면 매수세가 붙는 게 이제까지의 시장 패턴이었다. 시장 기능이 살아 있을 때의 얘기다.

지금은 다르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하다. ‘바닥’에 대한 공감대가 없어서일까, 가격이 떨어졌는데 매수세가 붙질 않는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 거래량은 올 2월 1109건에서 4월 539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채은희 공인중개사는 “집값이 떨어지면 사겠다던 수요자가 막상 매물이 나와 연락하면 ‘더 지켜보겠다’며 미룬다”고 말했다.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대체로 일치한다. 집값이 너무 올라 있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공급이 풀렸고, 여기에 가혹한 대출 규제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찬호 연구위원은 “주택매수 심리 위축과 이에 따른 집값 하락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동산에 물려 있는 거액의 가계부채가 ‘질서 있는 철수’를 할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물려 있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3월 말 333조4000억원에 이른다.

하반기 이후 정부가 출구전략을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사용할 때 이 부분이 가장 큰 두통거리다. 주택시장의 경착륙이 출구전략 과정에서 가계부채와 맞물려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시장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GS건설 경제연구소 이상호 소장은 “주택시장 장기 침체와 그에 따른 연관 업종의 불황을 견뎌낼 만큼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강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국토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지금 주택시장은 안정을 위해 연착륙하는 중”이라며 “매수자가 원하는 수준으로 하락하면 거래는 저절로 늘어나므로 인위적 부양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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