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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수목원에 2.8㎞ 출입 통제 철조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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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주민들이 장현3리 광릉숲 경계 지점에 설치된 출입통제용 철조망을 가리키며 출입 허용을 호소하고 있다.

국립수목원이 광릉숲 보호를 이유로 지난 10~11월 숲과 접한 남양주시 진접읍.별내면, 포천시 소흘읍 등지의 주요 등산로와 산책로 입구 쪽에 모두 2.6㎞ 길이의 철조망을 설치해 주민과 등산객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철조망 설치는 광릉숲과 더불어 살아온 인접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단번에 떨어뜨린 날벼락 같은 조치"라며 철조망을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현장=6일 오전 11시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47번 국도변 곳곳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장현 3리에서 폭 5m가량의 산길을 따라 1㎞ 정도 오르자 나무가 우거진 광릉숲이 나타난다.

소나무가 울창한 산중턱에 이르자 주택 등이 들어선 마을의 경계를 따라 1.5m 높이의 철조망이 설치된 것이 한눈에 보인다. 철조망은 촘촘히 짜인 데다 아주 견고해 사람은 물론 멧돼지.고라니 등 웬만한 동물은 지나기 어려울 정도다. 전원형으로 아름답게 지어진 한 주택은 바로 뒤편으로 철조망이 지나가고 있다. 숲 바로 앞에 지은 집이지만 주민이 숲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다.

◆ 주민 주장=진접읍 장현 7리 김정진(53)이장은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출입이 문제가 된다면 진접읍내 5만명 주민들에 한해서라도 산책 목적의 출입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접읍 이장협의회 이상배(49)회장은 "이곳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광릉숲 조림사업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산불방지와 병충해 방제 등 산림보호에 앞장서 왔는데 철조망을 둘러 출입을 금지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주민들은 "철조망 설치로 동물 이동통로가 막혀 광릉숲 자연생태계가 파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진접읍 주민자치위원장.이장단협의회장.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새마을부녀회장.체육회장.광릉숲보전주민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등은 최근 읍사무소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국립수목원 측에 "지역주민들과 광릉숲이 공존.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제출키로 했다.

◆ 국립수목원 입장=수목원 측은 "광릉숲은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연중 출입이 통제되고 있으며 무단 출입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는데도 지역주민과 등산객.버섯채취자 등의 출입이 끊이지 않아 희귀식물과 산림을 보호하고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곳에 철조망을 치게 됐다"고 밝혔다.

수목원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버섯채취자와 주민 등 여덟명이 광릉숲을 무단 출입하다 적발돼 과태료를 물었다.

1118㏊ 면적의 광릉숲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대 중부지역에 보존된 천연활엽수림으로, 각종 식물 1037종과 동물 2881종이 서식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현재 사전예약객에 한해 하루 5000명 한도 내에서 교육 목적의 관람만 허용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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