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대입전형 끝나기도 전에… 재수 바람 거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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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입전문학원 종합반 등록을 위해 사흘 전에 상경한 金모(18.고3)군은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입학원에 원서를 내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원서접수 첫날인 이날 오전에 일정 점수 이상의 수능성적을 얻은 학생을 무시험 선착순으로 선발(4백명 모집)하는 창구에 5백2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일찌감치 접수가 마감됐기 때문이다.

2002학년도 대입전형이 끝나기도 전에 대입학원에 학생들이 몰리는 등 '조기 재수열풍'이 뜨겁다. 수험생.학부모들이 원서접수 전날 밤부터 학원 앞에 진을 치는가 하면 '대입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지방학생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어려워진 수능으로 하향 안전 지원했던 수험생들이 대학등록을 포기하고 재수를 결정한 데다 새 입시제도가 재수생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 등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 치열한 학원입시=대입 명문학원인 대성.종로학원은 대입종합반 원서접수를 시작한 21일 새벽부터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1천2백명의 수강생을 모집하는 강남 대성학원의 경우 오전 중에 무시험 선착순 접수가 끝났다.

학원 관계자는 "이날 하루 동안 지난해의 6배 수준인 1천1백여명이 원서를 냈다"며 "다음달 초의 유시험 전형 경쟁률도 지난해의 두배인 10대 1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종로학원도 전날 밤부터 몰려든 수험생.학부모들에게 대기표를 나눠주는 등 진땀을 흘렸다. 강남.강북캠퍼스에서 3천여명의 수강생을 모집하는 이 학원은 무시험 전형으로 2천여명을 선발하는데 원서접수 이틀 만에 접수를 마감했다.

재수를 위해 상경하는 지방학생들도 늘고 있다. 강남.송파 대성학원의 경우 22일 오전까지 접수한 학생 가운데 지방학생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청주에서 상경한 朴모(19)군은 "서울의 친척집에서 강남의 한 대입학원에 다닐 생각"이라며 "이미 상경해 재수에 들어간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 내년 재수생 강세 예고=입시전문가들은 올 입시에서 드러난 재수생 강세현상과 지난해 도입된 새 입시제도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이같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한다.

수시모집.수능 영역별 반영 등 달라진 대입제도가 재수생에게 전혀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어려웠던 수능으로 하향 안전지원을 했던 학생들이 재수를 선택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지난해 재수생 비율은 수험생의 27%였는데 올해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고득점 재수생이 많아 내년 입시에서도 재수생 강세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이사는 "정시모집에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올 고3 수험생들은 2월 말 발표되는 각 대학 입시요강을 꼼꼼히 분석, 1.2학기 수시모집에 도전하는 것도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현목.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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