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하실 분" 애타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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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회장님을 구합니다."

경제 5단체의 하나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후임 회장을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다음달 21일 총회에서 임기 2년의 새 회장을 뽑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후보자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상태라면 김창성 회장(전방㈜ 명예회장)이 계속 맡을 수 밖에 없다.

경총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 도입 예정 등 중요한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회장이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다른 관계자는 "희망자가 있으면 바로 회장에 추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여러명 가운데 적임자를 골라 추대하거나 경선으로 회장을 뽑는 다른 경제단체와 자못 사정이 다르다.

경총 회장의 인물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 7월 창립된 경총은 지금까지 회장 3명이 '장기집권'을 해왔다.

초대 고(故)김용주(전 전방㈜ 회장)회장이 82년 2월까지 12년간,이동찬 2대회장(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97년까지 15년간 회장을 맡았다.

李 전회장은 80년대 말부터 회장직을 내놓았으나 후임자가 없어 10년을 더 눌러 앉아야 했다. 특히 96년에는 회장 내정자가 취임을 고사하는 바람에 명예회장으로 있으면서 1년간 회장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李 전회장은 끝내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김용주 전임 회장의 아들인 김창성 회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처럼 경총 회장이 인기가 없는 것은 악역을 맡아 고생은 하지만 상대적으로 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총 회장은 노사 문제와 관련해 사용자측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야 함은 물론 노동단체 관계자들과 지리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서야 한다.

생색을 낼 일도 별로 없고 심지어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노조도 달갑지 않게 본다. 게다가 기업인 스스로도 기업 경영에 도움이 안된다고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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