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뒤처질라… 유아교육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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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아교육은 일부 특수층의 자녀 교육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근래들어 조기 교육의 열풍과 함께 자연스럽게 유아 교육의 필요성도 크게 대두됐다. 요즘은 너무 과열되고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온다.

한달 수강료가 1백만원을 웃도는 유아대상 영어학원들이 강남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동시에 가르치는 유치원까지 등장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치원생 10명중 9명이 방과 후에 각종 조기 특기교육을 받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이기숙(유아교육과) 교수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로 전국 사립유치원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 외에 별도의 조기 특기 교육을 시킨다는 무모가 86%에 달했다.

특기교육의 가짓수는 1개 28.8%, 2개 30.0%, 3개 20.6% 등이었으며 동시에 4개 이상의 특기교육을 받는 유아도 20.6%에 달했다.

특히 교육 종류는 한글, 글쓰기가 49%로 가장 많았고 수학(32%), 영어(28%), 피아노(28%), 미술(22%), 종합학습지(11%)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생의 특기교육 사교육비는 월 평균 12만 6천원이었다. 이렇게 과열된 유아 교육중에서 요즘 특히 잇슈가 되고있는 것은 조기영어교육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관심을 쏟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에서다. 이중 어릴 수록 언어습득이 쉽다는 점은 무엇보다 큰 원인으로 꼽힌다.

뇌의 언어습득 장치가 생후 18개월부터 6세까지 가장 왕성하게 작동되어 어른에 비해 아이들의 습득 속도가 더빠르면 언어의 체계적인 습득이나 언어표현 능력이 인지발달에도 도움을 준다는 의견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를 반영하듯 각종 조기 영어 교육의 형태들이 나타나고있다.

유치원에서도 원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아예 영어로 말하는 영어 유치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매주 두번 집을 방문해 아이와 놀면서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는 영어 보모가 등장해 눈길를 끌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영어동화를 읽어주는 조기영어모임이 잇따라 생겨나고있다.

조기영어 열풍은 인터넷 사이트에도 영향을 미쳐 어린이 영어 교육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 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게임, 동화등의 영어교육 콘텐츠들을 제공하고있다.

조기 영어 교육의 열풍에 성급하게 휩싸이기 전에 과연 어떤 학습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의견이다.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은 근래 한자녀나 두자녀 가정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녀를 최고로 키우겠다는 의식이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되고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따라 유치원, 어린이집, 전문 학원, 선교원 등 유아 교육 시설도 다양화하고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유아 교육이란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과 유아교육에 대한 각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해소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켜 줄 만한 교육 프로그램은 없는 것인가.

아직까지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아용 교육프로그램은 딱히 "이것이다" 라고 꼽을 만한 것은 없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들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어 가계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자녀들에게 학습지를 보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습지 업체들은 유아가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와 국어를 익히는 방식을 내세우고 있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학습지를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유아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습지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아이의 학습능력에 맞는 학습지를 골라야 하며 그 능력에 맞게 얼마나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교사가 방문하는 학습지라 해도 교사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는 부모가 먼저 학습지 내용을 살펴보고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방문교사와 아이의 학습 능력을 수시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홍현정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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