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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경선 '인터넷 표밭'도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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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주말 민주당 이인제(李仁濟)고문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李고문의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률이 노무현(盧武鉉)고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내부보고서 때문이다.

李고문측은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열고 기존의 홈페이지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대공사를 했다. 17일 선보인 새 홈페이지에는 회원들끼리 대화할 수 있도록 대화방을 만들었고 낡은 연설자료도 전부 교체했다.

같은날 오후 서울 동숭동 한 카페.

문=노짱님이 집권했을 때 통일이 되면 군비가 줄텐데 그 돈을 어디에 쓸건가요.(안양시 대경고 2학년 학생)

답=통일이 돼도 군사비는 많이 안줍니다. 그래도 돈이 생기면 노사모 회관을 지으면 어떨까요.(노무현)

노무현 고문이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고등학생과 한창 화상채팅을 벌이고 있다. 행사진행은 노사모 회장인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맡았다. 盧고문은 전부터 인터넷에 공을 들여왔다.

민주당 경선의 한 특징이 '인터넷 대전(大戰)'이다. 명계남씨는 "1997년 선거는 TV토론이 좌우했다. 하지만 올해 선거는 인터넷이 바람몰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이 새로 도입한 국민 경선제는 인구비례 규정에 따라 20~30대 선거인단이 50%를 넘을 전망이다. 인터넷은 '이색적인 선거운동 방법'차원을 벗어나 주자들의 사활(死活)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주자들 중 盧고문이 한발 앞서 간다는 평가다. '노사모' 인터넷 사이트에는 "오늘 관악.서초.동작에서 30명의 국민 경선 신청서를 받았다""내일은 구로에서 최소 20명을 모집한다"는 등의 보고가 뜨고 있다.

김근태 고문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선거인단 지원자를 모집 중이다.지난 12일 모집을 시작했는데 1주일간 1백53명이 지원했다. 모두 20~30대다. 인터넷 접속률을 높이려는 주자들의 노력도 한층 활발해졌다. 바둑 아마 5단인 이인제 고문은 '이인제와 바둑을'이라는 코너를 개설할 방침이다. 홈페이지 등록 회원들이 예선전을 벌인 뒤 승자가 李고문과 인터넷 바둑을 둔다는 계획이다.

김근태 고문은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일본 전 총리 오부치가 운용했던 '오부치폰'을 원용한 GT폰을 만들었다. 미담사례, 소외계층, 이슈가 된 인물들과 金고문이 직접 통화한 뒤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고 그들을 후원하는 방식이다. 金고문의 부인 인재근씨는 19일부터 자신의 일기를 날마다 金고문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인터넷 내조'를 할 예정이다.

김중권(金重權)고문은 이번 주말 오픈할 홈페이지에 최근 젊은층에서 큰 인기인 '아바타'(사이버 캐릭터)를 선보인다. 金고문의 아바타가 네티즌들의 아바타와 채팅을 하는 것이다. 회원에게 e-메일을 보낼 때 웹자키의 재담을 섞은 동영상을 함께 보내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인터넷 방송국을 방불케 하는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주자도 있다. 앵커맨 출신인 정동영(鄭東泳)고문은 홈페이지의 80% 이상이 동영상으로 구성돼 있다. 그는 지난 16일 제주도에서의 출마 선언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한화갑(韓和甲)고문도 기존의 의원 홈페이지를 선거용으로 바꾸고 팬클럽 사이트도 두 개 개설할 방침이다. 현역 의원이 아니어서 후원회를 구성할 수 없는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는 사이버 후원회를 구성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정치자금을 모금할 계획이다.

송상훈.강민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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