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쓴 꼬마일기] 2002년 1월18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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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오늘은 가족과 함께 '빙어 탐험'여행을 갔다.

강원도 인제라는 곳에 도착해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는 빙어회를 시켰는데 아줌마가 들고 오시는 것은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커다란 그릇에 초고추장이 전부였다.

생선회라면 접시에 썰어져 나오는 것으로 상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줌마가 먹는 법을 설명해 주시는데, 나무 젓가락으로 물고기를 잡아 초고추장에 찍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먹는 것이라고 했다. 빙어는 워낙 깨끗한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그렇게 먹어도 된다나.

그러나 살아 헤엄치는 물고기를 잡는 것도 힘들었지만 잡은 물고기를 초고추장 그릇에 넣는 것도, 팔딱팔딱 뛰는, 고추장이 묻은 물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빠랑 엄마는 초고추장을 온 얼굴에 튀겨가면서 맛있게 잡수셨지만 나와 동생은 영 아니었다.

나랑 동생이 안 먹으니까 아줌마가 빙어 튀김을 가져다 주셨다. 작은 빙어를 통째로 튀긴 것이었지만 팔딱팔딱 뛰지는 않아서 한번 먹어보니 고소하고 맛이 있었다.

식당을 나오니 식당 앞이 빙어 축제를 하는 곳이었는데, 꽁꽁 언 강 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낚시를 하자고 졸라 작은 낚싯대를 사서 얼음 구멍이 뚫려 있는 곳에 낚싯대를 넣고 기다리는데 빙어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

옆의 아저씨들은 낚시로 잡은 빙어를 바로 초고추장에 찍어서 입에 넣는데 우웩! 그걸 바로 먹는다는 것은 미끼로 끼워 놓은 구더기도 먹는 것이 되는 거 아닌가?

엄마랑 아빠는 열심히 얼음 구멍을 들여다보고 계셨지만 엄마가 딱 한 마리 잡고는 더 이상 잡지 못했다.

대신 나는 빙어를 잡는 일보다는 동생이랑 얼음 위에서 썰매 타기, 다른 사람 낚시하고 있는 얼음 구멍에 얼음 던져 넣기, 구더기 미끼 살려주기 같은 놀이를 하며 더 재미있게 놀았다.

한 마리 잡은 것을 풀어주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놓아준 빙어가 다른 사람에게 잡히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마 나중에 은혜를 갚으러 내 앞에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김지희 <서울 용화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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