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 가능성 거의 없는 것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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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5일 "지금까지 북한이 '붕괴될 거다 붕괴될 거다' 했지만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바르샤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 뒤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 수백만명이 압록강을 넘어오는 사태가 일어나면 중국은 거의 관리 불가능할 만큼의 골치 아픈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도 어려운 문제가 닥칠 수밖에 없어 붕괴를 원치 않는다"며 "외부에서 북한에 싸움을 하라 충동질하는 일도 없고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어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폴란드 최대 일간지인 가제타 비보르차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급격한 변화는 자칫 우리의 안보 및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변화가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일부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수단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입장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여국들이 공감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폴란드 내 한국학과 교수.학생들과의 면담에서도 "북한체제의 붕괴를 거론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중국과 한국이 북한체제의 붕괴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북한체제가 붕괴되면 국경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중국과 한국으로 유입되는 사태가 벌어진다"며 "이것은 중국과 한국의 안정을 흔드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중국과 한국은 북한의 체제 붕괴보다는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가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할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에서 "꼭 돈을 주는 지원 말고도 북한의 제도적 장애를 풀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북한도 핵을 갖고는 그 같은 지원과 제도적 장애를 풀어나가 관계를 정상화해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르샤바=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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