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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기 오래가지만 더블딥은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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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결국은 국제공조에 달렸다.”

남유럽발 경제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해법은 간단명료했다. 국제협력을 통한 적절한 금융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0일 공동으로 마련한 ‘남유럽발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특별좌담회’에서 나온 결론이다.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석학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제경제 현안을 놓고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라케시 모한 예일대 교수, 무하마드 알자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토머스 서전트 뉴욕대 교수, 윌리엄 화이트 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 [최승식 기자]

이 자리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무하마드 알자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 윌리엄 화이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개발검토위원회 의장, 토머스 서전트 뉴욕대 교수, 라케시 모한 예일대 교수가 참석했다.

이들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전 세계적인 더블딥(경기회복 후의 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유럽 경제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알자서는 “미국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모한은 “중국·인도·한국과 같은 신흥국이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을 봐도 세계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위기의 뿌리인 그리스의 경우 파산 또는 채무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화이트는 “잘못을 저지르면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며 “(그리스는) 아마 파산으로 가거나 채무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논의되는 금융회사 규모 제한, 은행세 도입 같은 개혁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이런 규제안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서전트는 “지금 논의되는 방안은 너무 약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중수 총재는 “국제적인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은행 창립 60주년 콘퍼런스에서 영상 기조연설을 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장도 “위기 때마다 발생하는 자본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국제 협력을 통한 적절한 금융규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 시장국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신흥 시장국이 세계 무역 및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영상 메시지에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가속화하는 중앙은행 간 협력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국제협력을 위한 협의체로 G20 회의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G20 회의가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뿐 아니라 각국 정상들이 글로벌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협의체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종윤·한애란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알려왔습니다

본지 6월 1일자 E1면과 E2~3면에 실린 ‘유럽경제위기 특별좌담’에 참여한 무하마드 알자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 총재가 자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발언을 수정해 알려왔습니다. “남유럽 사태는 재정 측면에서 불안정한 국가가 통화동맹에 편입된 게 문제다. 유럽 채권의 시장 가격은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원유 값은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올랐다. 바젤위원회, 금융안정위원회(FSB), G20 등이 금융규제 개혁을 논의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은 금융위기가 터지기 1년 전부터 은행에 주식구입자금 대출 비중을 줄이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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