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런 신승남 검찰총장 '묵묵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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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언론사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11일 낮 12시쯤 대검찰청 별관 구내식당에 들어서던 신승남(愼承男.얼굴)검찰총장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9명의 대검 간부와 육개장으로 식사를 하면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이용호 게이트' 특별검사팀이 동생 승환(承煥)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아침 출근 때도 침울한 표정으로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이었다. 비서관들은 "이틀 동안의 지방 순시에서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애써 설명하기도 했다.

愼총장은 이날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끊었다. 검찰 간부들에게서 보고받을 때도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과 2000년 대검 차장 시절, 야당에서 탄핵을 추진하고 있을 때 愼총장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9월 대검 수사 과정에서 동생의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자진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愼총장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한 검찰 간부는 "승환씨 이야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도덕적.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도 권력 실세 등의 의혹이 줄줄이 터지는 와중에 이같은 일이 생겨 더욱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용호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유창종(劉彰宗)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검찰 수사에 전혀 문제가 없고 총장이 책임질 일은 더더욱 없다"고 설명했다. 박만(朴滿)공안기획관도 기자실에 들러 "총장이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간부들도 愼총장만큼이나 곤혹스러운 하루를 보낸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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