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씨 작년 검찰수사 졸속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G&G그룹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차정일(車正一)특검팀이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가 李씨측으로부터 지난해 검찰이 밝힌 것보다 많은 액수의 금품을 거래한 사실을 밝혀내 그 돈의 성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해 9월 愼씨를 단 한차례 소환해 조사한 뒤 "愼씨가 李씨측으로부터 두달치 월급과 스카우트비 명목으로 6천6백66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특검팀은 愼씨의 관련 계좌에 대한 자금 추적을 통해 愼씨가 거래한 돈이 휠씬 많은 금액임을 밝혀내고 용도를 확인 중이어서 사법처리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愼총장에 대한 특검팀 조사로 이어지는 등 검찰 수사가 또 한번 도마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지난해 수사 제대로 했나=검찰은 愼총장이 지난해 9월 19일 기자회견을 자청,동생의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자 다음날 오후 승환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대검은 조사 직후 "愼씨가 李씨에게서 사건 무마 등의 청탁을 받지 않았고,형의 이름을 팔거나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범죄 혐의가 없다"고 밝혔다.

愼씨에 대한 계좌 추적이나 李씨와의 대질신문도 하지 않은 채 내려진 결론이었다.

뿐만 아니라 愼씨가 지난해 2월부터 G&G그룹 사무실에 출근했다는 의혹(본지 2001년 9월 22일자 사회면)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

당시 G&G의 한 관계자는 "2001년 2월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해 2개의 사장실이 마련됐으며 이 중 한 곳을 愼씨가 사용했고 1주일에 두어차례 출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李씨 회사에 출근했다는 愼씨측 해명대로 愼씨가 스카우트비와 두달치 월급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당시 愼씨가 李씨에게서 받은 돈의 액수가 1억원이 넘는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검찰은 계좌 추적조차 하지 않아 너무 졸속으로 마무리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愼씨 사법처리 되나=특검이 추가로 밝혀낸 금품 거래의 성격과 愼씨가 스카우트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한 5천만원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愼씨가 李씨에게서 수사 무마 등의 명목으로 월급 이외의 돈을 받았을 경우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특검은 특히 李씨가 愼씨에게 5천만원을 건넨 시점이 형이 검찰총장에 내정된 다음날(지난해 5월 22일)인 만큼 愼씨가 이 회사에 영입된 목적은 '수사 무마'를 전제로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검이 愼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적극 검토할 경우 동생으로부터 수사와 관련된 청탁을 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승남 검찰총장에 대한 조사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검팀은 10일 愼씨가 李씨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愼씨와 李씨의 계좌 추적에서 2억원이 오간 흔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승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