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1] 거친 수비에 무너진 조직력 … 그리스전 ‘예방주사’ 아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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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벨라루스와 평가전은 영감과 자신감을 얻는 기회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월드컵을 앞두고 뼈아픈 반성의 기회가 됐다.

FIFA 랭킹 47위인 한국은 30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의 쿠프슈타인 아레나에서 열린 벨라루스와 평가전에서 0-1으로 패했다. 이렇다 할 찬스 한번 제대로 만들지 못한 무기력한 패배였다.

한국의 박주영(왼쪽 둘째)이 벨라루스 진영에서 넘어지며 오른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벨라루스에 0-1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며 월드컵 본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쿠프슈타인(오스트리아)=김민규 기자]

◆중원에서 길을 잃다=공격은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중원에 위치한 기성용(셀틱)과 신형민(포항)은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가 되지 못했다. 그 바람에 공격은 수비라인에서 공격진으로 이어지는 롱 패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축구의 장점인 스피드가 돋보인 장면은 전반 40분 이청용(볼턴)의 패스로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돌파한 장면뿐이었다. 한국의 공격진은 1m90㎝대 장신 센터백 듀오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염기훈(수원)·안정환(다롄)·이승렬(서울) 등을 잇따라 투입하며 다양한 공격 조합을 테스트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벨라루스의 혼을 빼놓지 못했다.

◆수비라인의 허점=후반 7분 실점 상황에서 한국은 3~4명의 수비진이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평범하게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땅볼 패스에 속절없이 공간을 허용했다. 벨라루스의 미드필더 키슬리야크는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정확하게 골문 구석을 찔렀다. 골키퍼 이운재(수원)가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렸지만 공은 손 끝을 스치지 못했다.

전력 손실도 컸다. 한국은 전반 30분 중앙수비 곽태휘(교토)가 상대 선수와 부딪히며 왼쪽 무릎을 다쳐 교체됐다.

◆스피드 업의 숙제=이날 경기를 지켜본 그리스 기자는 “한국이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 “특별한 게 없는 경기”라는 평을 쏟아냈다. 26일 북한과 평가전에서 2-2로 비기며 혼쭐이 난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경기장 VIP석에서 느긋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앞으로 월드컵 본선까지는 불과 11일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의 약점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다. 허정무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굳은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한국은 4일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른 후 5일 월드컵 격전지 남아공으로 입성한다.

쿠프슈타인(오스트리아)=이해준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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