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다선 하원의원의 당당한 처신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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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하원의 최다선 의원이 공항에서 속옷 차림으로 보안검색을 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검색이 끝날 때까지 일절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 5일 워싱턴 레이건공항에서 23선의 존 딩얼(75.민주.미시간)의원이 디트로이트행 노스웨스트 항공 1417편을 타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통과하자 신호음이 울렸다. 20년 전 말에서 떨어져 부상했을 때 몸에 이식한 강철 고관절(股關節)이 탐지기에 걸린 것이다.

매년 1백번 이상 이 노선을 이용하는 딩얼 의원이 사정을 설명했지만 항공사의 민간 보안요원들은 이를 무시했다. 딩얼 의원은 외투와 양복 상의.신발, 그리고 양말까지 벗은 후 다시 탐지기를 지나가야 했다. 또 소리가 났다.

보안요원들은 딩얼 의원을 안쪽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바지까지 벗게 했다. 요원들은 수술자국을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그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그때까지 딩얼 의원은 모든 요구에 순순히 응했다. 모든 절차가 다 끝난 다음 그는 노먼 미네타 교통장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딩얼 의원은 AP통신에 "나는 미네타 장관에게 요원들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나를 조사한 것인지 알아봐달라고 요청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가족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화가 났지만 당시에는 존엄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의 공보비서인 마이클 해커는 "딩얼 의원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면서 "딩얼 의원은 수없이 비행기를 탔지만 내의 차림으로 조사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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