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프간 포로 가둘 쿠바속 미군기지 관타나모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 전쟁 과정에서 체포됐거나 투항한 탈레반 및 알 카에다 포로들이 지구 반대편 쿠바의 관타나모만에 위치한 미 해군기지로 옮겨져 수감될 운명에 처하게 됐다.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8일(현지시간) “관타나모 기지 교도소에는 이미 50개 독방이 마련돼 아프가니스탄 포로들을 맞을 채비를 갖췄다”고 말했다.빠르면 이번 주 안에 포로 중 일부가 압송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관타나모 기지는 쿠바 섬 남동 해안에 위치해 미 해병대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 중 미국이 이 땅을 차지했으며, 1950년대 후반부터 쿠바와 철조망.선인장으로 둘러싸인 27㎞의 접경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아이티와 쿠바 난민 수천명이 이곳에 수용된 적이 있고, 99년엔 코소보 난민들의 피란처로 검토되기도 하는 등 이래저래 유랑민들과 관계가 깊다.

지난 7일 미국 내 각 기지에서 출발한 헌병 등 1천5백명이 이미 관타나모 기지에 도착, 최대 2천명까지 포로를 맞을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1차로 옮겨 올 포로는 3백60여명.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 칸다하르의 공항과 카불시 인근 바그람 공항 임시 수용소에 수감돼 있던 포로들이다.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대형 수송선 바탄호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탈레반 존 워커도 이송 대상이다.

미국이 관타나모 기지를 수용소로 최종 선택한 것은 이곳이 포로들의 소요나 탈주를 막을 수 있는 안전지대인 데다 포로들을 법정에 세우기 쉽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관타나모 기지는 일단 포로들이 수용되면 빠져나가기 힘든 곳이다.

이와 관련,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마자르 이 샤리프 수용소에서 발생한 폭동으로 수백명이 사망한 불상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관타나모는 포로들을 테러 방조 혐의 등으로 법정에 세울 때 본토로부터 법률적 지원을 받기에도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미 플로리다에서 불과 8백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화 국면에 들어선 미.쿠바 관계도 한몫을 했다. 쿠바는 아직 명시적으로 포로들의 관타나모 기지 이송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미국산 냉동 닭고기와 옥수수를 실은 선박이 쿠바에 입항한 데 이어 최근 미 상원의원 두 명과 하원의원 6명이 각각 쿠바를 방문해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환담하는 등 미국.쿠바간 관계에 전례없이 온기가 감돌고 있다.

이들 의원은 "카스트로가 (포로 수용에)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