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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등이 37억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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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내 프로축구 선수 에이전트와 구단 임직원들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계약금 등을 부풀려 9개 구단을 상대로 25회에 걸쳐 37억여원을 빼돌려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3일 "해외 축구선수를 국내로 데려오면서 계약금 등을 속여 2억1000만~19억3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로 에이전트 5명과 구단 임직원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7월 전남 드래곤즈 측의 진정으로 '용병 비리'수사에 착수했었다.

검찰에 따르면 에이전트 송모(47)씨는 2001년 2월 포항 스틸러스에 마케도니아 선수 1명을 스카우트하면서 금액을 부풀려 계약서를 작성한 뒤 차액 4억5000만원을 가로채는 등 1999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포항 스틸러스.울산 현대에서 19억3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또 울산 현대 부단장인 신모(49)씨와 같은 구단 코치 정모씨 등 2명은 지난해 12월 에이전트 송씨와 짜고 크로아티아 선수를 데려오면서 계약액을 부풀려 8억5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 시티즌 사무국장 박모(51)씨와 스카우트 유모(36)씨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에이전트에게서 "내가 소개하는 외국인 선수를 잘 받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각각 2400만원과 36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죄)다.

검찰은 또 외국인 선수 임대료를 부풀려 3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에이전트 김모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해외로 달아난 에이전트 4명과 포항 스틸러스 관계자 1명 등 5명을 수배했다. 아프리카 선수를 중국 축구단으로 이적시키면서 이중계약서 등을 작성해 1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 9월 구속기소된 전남 드래곤즈의 전 사무국장 박모씨와 에이전트 최모씨는 지난달 중순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프로축구단의 구단 관계자와 에이전트가 친분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외국 축구단에 확인절차 없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지난 7월 전남 드래곤즈 구단부터 시작한 외국인 선수 비리 수사는 일단 종결하지만 프로구단이 방만하게 운영된 것으로 밝혀진 만큼 수배자들이 붙잡히거나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재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순천=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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