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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M&A 바람잡다 지분 전량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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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삼성물산의 외국인 대주주가 3일 지분 전량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주주는 최근까지 삼성물산 측에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얘기하며 요구사항을 쏟아냈던 영국계 연기금 펀드인 헤르메스연금운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주식을 매집한 뒤 M&A 바람을 잡고, 주가가 뛴 다음 일시에 주식을 처분하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일 증시 관계자 등은 "특정 외국인이 한 국내 증권사 창구를 통해 삼성물산 보통주를 800만주가량(1144억원 규모) 대량 매도했다"며 "매도물량으로 볼 때 헤르메스운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외국인들의 투매로 6.8% 급락했다.

헤르메스연금운용의 삼성물산 보통주 보유물량은 777만주(약 5.0%)로, 3일 외국인 매도물량과 거의 비슷하다. 시장 관계자들은 또 다른 삼성물산의 외국인 대주주로 플래티넘자산운용(844만주 보유)이 있지만,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3일 매도자는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증권 이상준 책임연구원은 "삼성물산 대량 매도는 주가가 오르자 일시에 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삼성물산 주가는 헤르메스 등 외국인들이 집중 매입하기 시작한 지난해 말 9900원에서 전날 1만5350원까지 55%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지난 9월 이후 모두 1900여만주(12.3%)를 처분했다.

증권연구원의 빈기범 연구위원은 "선진국 수준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온 외국인 대주주가 투기적인 매매 행태를 보인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헤르메스연금운용은 브리티시텔레콤 등 영국의 기업연금운용 사업자로 운용 자산만 94조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산하에 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는 등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상승을 투자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한국에서도 SK.삼성물산의 지분을 매입한 뒤 계열사 출자를 무산시키는 등 경영에 개입해 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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