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 유출량, 엑손 발데스호 규모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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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멕시코만 원유 유출량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사고인 1989년 엑손 발데스호 때의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지질조사국 마르시아 매넛 국장은 27일(현지시간) “서로 다른 2개의 과학자 팀이 멕시코만 원유 유출 규모를 하루 1만2000~2만5000배럴로 추산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고를 일으킨 영국 석유회사 BP가 기존에 추산한 규모(하루 5000배럴)의 2.4~5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AP통신 등은 새 추산이 맞다면 지금까지 최소 42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유출됐으며, 이는 엑손 발데스호 사고 때 유출량 26만 배럴을 훌쩍 넘어선 규모라고 보도했다.

BP 대변인 스티브 라인하트는 이와 관련해 “기존 유출 규모는 과학자·전문가들이 당시에 이용 가능한 최선의 데이터를 활용해 추산한 것”이라며, 고의로 유출 규모를 축소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또 “우리는 사고 수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유출 추산치가 변한다고 해서) 대책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P 측은 이날도 원유 유출을 막는 작업을 계속했다. 점성이 높은 진흙 혼합물을 붓는 ‘톱킬’ 방식과 콘크리드 조각 등 고체물을 넣는 ‘정크샷’ 방식을 병행했다. 토니 헤이워드 BP 최고경영자(CEO)는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데 48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 정부가 이번 사고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뒤에 물러앉아서 BP에 모든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미 정부는 이 문제에 전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과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33건의 멕시코만 심해유전 시추를 중단시키고, 신규 유전 시추 허가도 향후 6개월간 보류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알래스카 연안에서 계획된 2건의 유전 탐사, 멕시코만과 버지니아 연안 유전 개발권 입찰도 중단시켰다. 석유회사들과의 유착 의혹을 받아온 내무부 산하 광물관리청(MMS)의 엘리자베스 번바움 국장은 이날 오바마의 기자회견에 앞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한별 기자



세계의 주요 기름유출 사고

▶ 걸프전 기름 유출 (91년/ 최소 400만 배럴)
이라크 군이 쿠웨이트 철수 시 유정 파괴

▶ 멕시코만 ‘익스톡Ⅰ’ 유전 (79년 6월 / 328만 배럴)
멕시코만 해상의 탐사 유정 ‘익스톡Ⅰ’ 폭발

▶ 카리브해 ‘애틀랜틱 엠페러스’호 (79년 / 214만 배럴)
트리니다드토바고 인근 해상 서 유조선 두 대 충돌

▶ 이란 노우루즈 유전 (83년 / 190만 배럴)
유조선이 석유 시추시설 들이받음

▶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2010년 / 최소 46만 배럴?)

▶ 알래스카 ‘엑손 발데스’호 (89년 / 26만 배럴)
유조선 좌초. 총 사고 처리 비용 70억 달러 기록

자료 : 포린폴리시(FP) 등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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