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쌓는 중소기업] 1. 썬하이브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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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대다수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희망을 키워가는 기업들이 있다.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면서도 높은 경쟁력을 지닌 곳에서부터 콧대높은 외국 대기업이 기술을 배워가는 업체까지 다양하다. 남다른 노력과 비결로 어려움을 헤쳐가며 희망을 던지는 중소기업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직장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종업원 3백명 이상의 사업장은 2% 이상의 직원을 장애인으로 의무고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노동부에 따르면 이를 지키는 업체는 17.6%에 불과하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관계자는 "기업들이 장애인을 써보지도 않고 무조건 효율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고용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이런 편견을 깨뜨리는 중소기업이 있다. 경기도 양주의 전자부품업체 썬하이브리드가 그곳이다.

직원 70명 중 37%인 26명이 장애인이다. 모두 생산직으로 16명은 다리 등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이고, 10명은 정신지체다.

장애인을 대폭 고용하는 한편으로 첨단 벽걸이(PDP) TV의 전원 부품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LG전자에 독점 공급할 만큼 기술력도 갖췄다.

LG전자 관계자는"일본 마쓰시타나 산요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나 납품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륜 자동차용 전원 장치 등을 이탈리아로 수출, 2000년 중소기업청의 '수출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썬하이브리드는 1995년 처음 장애인을 고용했다. 김용갑(50)사장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소아마비로 목발을 짚는 정상열(46)씨를 소개받았다.

김사장은 "스위치 조립을 맡기고 일을 잘 하는지 지켜봤는데 정상인과 전혀 다름없었고, 성실성은 더 뛰어났다"고 말했다.

그 뒤 장애인 근로자를 찾기 시작했다. 99년 2층짜리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엘리베이터.장애인 전용 화장실 등을 만들고 그해 6명, 2000년 12명, 2001년 6명의 장애인을 채용했다.

김사장은 "장애인들도 보통 사람과 똑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이직도 거의 없어 기업 입장에서 오히려 이익"이라고 말했다.

임재경(41)씨는 김사장이 "꼼꼼한 일꾼"이라고 내세우는 근로자다. 그는 척추후만증으로 등이 굽어 남자 어른인데도 키가 초등학교 3,4학년생 정도다.

지난해 9월 이 회사에 취직한 임씨는 "컴퓨터 그래픽도 하고, 설계 프로그램도 다루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자리를 잡을 수 없었다"며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 부품 중 반도체 소자에 이상이 없는지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일을 한다.

손은정(20.여)씨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 전자부품이 생산라인에서 이동할 때 자동 처리에 지장을 줄 만큼 비뚜로 놓인 것을 바로잡는다.

김은수(45)상무는 "단순작업이라고는 하지만, 손씨가 일하는 것을 보면 전혀 장애인임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썬하이브리드의 장애인 근로자들은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등에서 취업 훈련과 추천을 받아 일자리를 갖게 됐다.

김용갑 사장은 "앞으로도 인원을 늘릴 때는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자세로 장애인을 우선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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