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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다국적기업들, "코리아로 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외환위기 이후 꾸준한 외자유치 정책에 힘입어 한국에 들어온 외국회사들은 1만1천3백여 업체(지난해 11월 기준)로 불어났다.

웬만한 외국기업들은 거의 다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러나 폭발적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기업의 '전략 거점'인 지역본부를 한국에 둔 글로벌 기업은 거의 없다. 스웨덴계 굴착기 메이커인 볼보(볼보건설기계코리아) 정도다.

대다수 주한 외국기업들은 여전히 홍콩.싱가포르에 있는 지역본부의 '원격지휘'를 받는다. 예컨대 HSBC.필립모리스 등의 지역본부는 홍콩에, 시티그룹.GM 등은 싱가포르에 있다.

중국.대만에도 지역본부를 두는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모토로라(이상 중국), 미 반도체 메이커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대만) 등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국적기업 사이에서 '변방(邊方)'으로 인식되던 한국에 최근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몇몇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 지역본부 설립을 추진하는가 하면 외국경제단체.외국기업인들도 이들의 한국 유치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실장은 "인천국제공항 개항 등 인프라 확충,값싸고 우수한 인력, 규제 완화 등이 높이 평가돼 신흥거점 후보로 떠오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 가시화하는 '코리아 아태본부'=D.P사 등 2~3개 다국적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지역본부 설립을 타진 중이다.

한 미국 기업인은 "특히 미국계인 D사는 한국 생산기지의 수출 비중 등 중요성을 감안, 조사팀을 파견하는 등 지역본부의 설립을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미 비즈니스맨들도 주한미상의(AMCHAM:암참)를 창구로 회원사의 아태본부 유치에 본격 나섰다.

암참은 이를 위해 아시아 주요국의 경영 환경을 조사.분석한 보고서를 2월 말까지 마련한다. 이를 기초로 지역본부 유치 활동에 들어간다는 생각이다. 조사 대상국은 한국을 비롯, 다국적기업지역본부가 몰려 있는 일본.홍콩.싱가포르.중국.대만 등 6개국.

조사 내용은 노사 관계, 투자 여건,정부의 협조성, 경영 투명성 등이다.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은 "주한 미 기업의 급증하는 매출.생산 비중과 경제 규모, 경영 여건 개선 등을 감안해 회원 기업인들이 지역 거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 정부 부처,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을 접촉해 지역본부의 한국 유치를 홍보하는 한편 한국 정부엔 이를 위한 개선.지원사항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암참은 대한상의 등 국내 경제단체들과 함께 '다국적기업 지역본부 유치팀(가칭)'도 만들 계획이다.

◇ 새로운 기회가 될 지역본부 유치=글로벌 기업들의 지역본부 유치가 본격화하면 긍정적 변화가 적지 않다. ▶대외 신인도 및 위상 제고▶투자 유입 급증▶한.외국 기업간 협력체계 강화 및 경영 투명성 확보 등이 당장 꼽을 수 있는 이점들.

홍보대행업체인 KPR의 김학균 이사는 "지역본부들이 들어오면 단순 생산.판매기지에서 탈피해 지역거점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정지작업이 필요하다. 외국어 능력을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포함해 각종 세제.외환부문에서의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 관료들의 국제 마인드 함양, 외국인들을 위한 여가.편의 시설 확충(미셸 캉페아뉘 알리안츠제일생명대표), 노사 관계 안정(산자부 김영학 투자정책과장) 등도 지적된다.

표재용.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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