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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카운트’ 건설사 채권, 알토란 숨어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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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포스코건설의 3년 만기 회사채(신용등급 AA-)의 금리는 연 5.19%. 같은 신용등급의 회사채 평균 금리가 4.57%인 것과 비교하면 포스코 회사채의 금리가 0.62%포인트 더 높다. A0 등급인 현대엠코 회사채의 금리는 같은 등급 평균보다 무려 1.42%포인트나 높다. 이들 회사채의 금리가 평균보다 높은 건 발행회사의 주력사업이 건설업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건설 디스카운트’가 적용된 것이다. 그러나 투자에선 악재가 곧 기회가 되기도 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대한 우려로 건설업이 홀대받고 있지만 내실 있는 회사를 골라낼 수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싼값에 채권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동부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건설사 채권 금리는 같은 등급의 다른 채권보다 0.5~3.3%포인트 높다. 순채무가 거의 없는 AA 등급의 초우량 건설사도 덩달아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설업에 숨은 위험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융권의 건설 PF대출 잔고는 은행(51조원)을 포함해 82조4000억원 규모다. PF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까지 합치면 100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2007년(2.7%)과 2008년(4.4%)에 이어 지난해 6.4%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정부의 PF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회사의 신규 대출 기피로 건설 업종도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건설업의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업체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상대적으로 싼값에 채권을 살 수 있는 것은 물론 건설 시장이 안정되면 우량 등급 건설사의 회사채 가격이 오르며(금리 하락) 추가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주목할 것은 A등급 건설사다.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고 사업분야도 주택과 토목, 해외플랜트 등으로 분산돼 주택 시장의 침체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동부증권은 활발한 해외 수주로 수익성과 현금 흐름의 개선이 예상되는 대림산업과 수원 권선지구 분양에 성공해 자금 흐름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현대산업개발의 채권을 추천했다.

동부증권은 AA등급 채권에 대해서도 투자 부담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차입금보다 보유 현금이 많고 PF 부실에 따른 우발적 채무도 2007년 이후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다. 또 주택 부문의 부진을 4대 강 사업이나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과 관련된 토목공사와 해외공사로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부증권 황광숙 연구원은 “AA등급 회사의 경우 브랜드 가치가 있고 사업 영역이 다양한 데다 자금 사정도 양호한 기업들은 주택시장의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면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부증권은 BBB등급 이하 회사채 투자에 대해선 보수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특히 국내 아파트 건설 비중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BBB 등급 건설사의 경우 순차입금 의존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단기차입금 비중이 60%를 차지하는 등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것도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PF로 인한 우발채무 부담이 회사 규모에 비해 과도한 수준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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