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데까지 간 민주 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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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내분 상황이 갈 데까지 간 국면이다. 한광옥(韓光玉)대표는 3일 고문단 회의를 열어 중재를 시도했지만 주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이날 韓대표가 낸 안은 "대선후보.당대표 동시 출마를 금지한 중복출마 금지조항을 푸는 대신 4월에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 대권후보가 못돼도 당대표를 노릴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다. 당내 기반이 단단한 한화갑 고문에 대한 유인책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韓고문은 선약을 이유로 도중에 회의장을 떠났다. 오후 5시에 속개된 회의에도 6시30분쯤 왔다가 1시간 만에 "협상의 여지가 없다"며 자리를 떴다.

상황은 표 대결로 가고 있다. 표결은 4일 당무회의에서 열린다. 그러나 싱거운 싸움이 될 것 같다. 韓고문측은 당무회의에 불참할 방침이다. 98명인 당무위원 중에는 4월에 후보를 뽑자는 조기선출파가 다수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한화갑 고문측은 여러차례 "표대결을 강행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韓고문측의 반발은 여러가지 형태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우선 쇄신연대와의 연대가 있다.

쇄신연대 소속 의원 17명은 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이 모임에는 韓고문 지지 의원이 많이 포함돼 있다. 김근태.정대철(鄭大哲)고문도 지방선거 후 후보 선출을 지지하고 있다.

3일의 쇄신연대 모임에선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별도의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자"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실행에 옮겨질 경우 민주당은 전당(全黨)대회가 아닌 반당(半黨)대회끼리의 격돌로 치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별도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할 경우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당을 깨자는 얘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후보 조기선출파도 고민이 많다. 고문단 회의에 참석한 15명 중에서는 한광옥 대표와 이인제 고문 외에도 조세형(趙世衡).김영배(金令培).안동선(安東善).김원기(金元基).노무현(盧武鉉).박상천(朴相千).장영신(張英信).김기재(金杞載).신낙균(申樂均)고문 등이 4월 전대에 찬성했다. 김중권(金重權)고문은 "마냥 시간을 끌 수 없으니 韓대표가 단안을 내리라"며 표결 불가피론을 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서도 노무현 고문은 "결선 투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김원기 고문은 "최고위원들의 숫자를 늘리고 대표 최고위원은 호선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신낙균 고문은 중복출마 금지를 풀자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4월 전대가 확정돼도 지도체제 등 세부사항을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앞길은 험난하다.

김종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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